73p.
도예가가 점토를 주무르며 손님과 날씨 이야길 하듯, 나의 소설 이야기도 그와 비슷해. 입으로 하는 말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작업을 위해 점토를 주무르지. 자유로운 영혼보다는 '비뚤어진 사람'이 자유의 참된 뜻을 더 잘 전달하는 법이야.
90p.
아는 것이 최상의 영예는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통나무를 나르고, 벽을 칠하고, 대리석을 조각하는 '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182p.
자연은 엄격한 거라네. 대상을 느슨하게 바라보며 익숙하게 다가가는 건 위험해, 위험해.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경쾌하게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면서, 즐겁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라고 하며 내가 즐거우면 된 거다, 라는 마음에는, 숙연한 찬의를 표하는 바다. 하지만 그런 신인에게 인간의 근원을 파고든 거장이라는 칭송은 주어지지 않을 걸세. 휘파람 부는 태도는, 나나 자네나 함께 추구하는 신념과 이상의 경지이지만, 이는 일흔 살이 된 샤반느에게나 비로소 허락되는 일임을 자각하게.
363p.
문화文化라고 쓰고 거기에 '부끄러움'이라는 독음을 다는 일, 대찬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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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걱정하고, 인간의 쓸쓸함과 외로움과 괴로움에 민감한 일, 이것이 상냥함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가장 뛰어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냥한 사람의 표정은, 언제나 부끄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부끄러움으로, 저와 제 몸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말도 꺼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문화'의 본질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화'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연약하며, 늘 지는 것입니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멸망의 백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지고 멸망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중얼거림이 우리의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377p.
그리고 그 작품의 사상은 루카복음 7장 47절에 나오는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입니다. 스스로에게 죄의식이 없는 놈은 인정도 없다, 스스로 죄가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애정도 깊다, 라는 것이 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