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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pr 02. 2023

당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밌게 잘 들을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오래전 발리 여행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적 있는데 그곳에서 알게 된 몇몇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만나는 인연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오늘 자료를 찾다가 오래전 한 친구가 보내준 여행 후기 파일을 보고 오랜만에 연락을 해봤다. ​


 저 여행 커뮤니티에서 흘러가는 채팅들이 아까워 PPT 파일을 만들었는데 이 친구가 그걸 출력해서 공부를 한 뒤 발리를 여행했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여행을 마친 후 한국에서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본 게 인연이 되어 종종 만났다. 정리벽이 있어서 그저 정리를 한 것뿐인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보답이라고 본인의 여행을 30페이지 남짓한 PPT 파일로 정리해서 보내줬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워낙 많았던 곳이라 이런 사람은 인상 깊게 마련이다. 그걸 계기로 커뮤니티에서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파일을 출력해서 봤다는 이야기에 보람차고 기뻤다.

 오로지 다이빙과 이젠 화산 투어를 하기 위해 발리에 갔던 사람이라 여행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었고 살아온 이력이 독특해서 인생 이야기도 신나게 들었다. (아랍어를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본 건 처음이니까!)


다이빙에 진심인 친구라 다이빙 포인트만 여행을 다녔다. 본인도 이 파일을 본 지 오래된 거 같길래 다시 보내줬다. 남이 봐도 재밌는 여행의 추억을 본인이 다시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우연히 돌고래와 함께 수영했던 이야기, 돌고래를 보고도 몰라몰라 (개복치)를 만난 이야기(돌고래를 보면 몰라몰라를 볼 수 없다는 다이버들만의 전설이 있다. 몰라몰라는 예민하기 때문에 돌고래가 물살을 가르고 헤엄을 치면 깜짝 놀라 물밑으로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짧은 일정의 관광객들이 잘 선택할 수 없는 Ijen산에 가서 잊지 못할 파란 불을 보고 왔던 이야기

가죽 공예를 하는 사람이라 발리의 뱀가죽을 구경하러 갔던 이야기.

 여기서 나랑 접점이 생겼는데 우리 집에 사용하지 않던 대형 원목 포니 (가죽 공예 시 가죽을 고정시켜 잡아주는 도구)가 있어서 이 친구에게 선물했다. 좋은 나무로 공들여 만든 포니였는데 내 손에 있는 것보다 이 친구 손에 있는 게 더 잘 쓰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소중히 쓰이고 있어 기쁘다.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의 여행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렇게 특이한 경로와 일정을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얼마 전 발리 초행인 지인이 한 달간 여행을 떠나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열심히 이 동네 저 동네 매력적인 곳을 소개했는데 가자마자 작은 사기 같은 것을 당해 기분이 나빠진 지인은 도대체 발리가 뭐가 좋냐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내가 여행사 직원도 아닌데 조마조마했다. 어딜 가야 좋아할까 고심하며 멋진 사진들을 보내고 여기저기 추천을 했다. 모든 것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지인이 드디어 찾아낸 행복은 ‘박소’그릇안에 있었다. 너무 맛있는 박소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사람은 다시 sns에 이것저것 사진을 올리며 여행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한시름을 놓았다.


 누군가는 바닷속 아기 상어 앞에서, 누군가는 길거리 작은 와룽 박소그릇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낮게 깔린 구름과 파란 하늘에서, 비싸고 번쩍거리는 리조트 수영장 안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행복의 조각을 찾아 여행한다. 그게 무엇이면 어떻고 어디면 어때. 어디서 뭘 하건 본인이 행복하면 고만이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헤르만 헤세-행복해진다는 것 중에서>


로비나에서 마주친 돌고래
내 행복은 작은 꽃다발 안에도 있고, 어린이의 귀여운 뒤통수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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