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발리 하늘에는 늘 연이 떠있다. 6월에서 8월까지 바람이 많이 부는 건조한 계절엔 크고 작은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다. 그래서일까. 발리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연을 만들고 날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어느 동네를 지나도 하늘을 수놓고 있는 연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학교에 다녀온 어린이가 연을 날리러 가자고 했다. 함께 동네 논두렁 사이 작은 골목엘 갔다. 조용한 골목에 어른 둘, 아이 하나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니 풀을 뜯던 소들이 영문을 몰라 눈만 껌뻑인다. 사실 지금 들고 달리는 저 연에는 작은 구멍이 있다. 바람 한점 없는 하늘에서 구멍 난 연이 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해봐. 그래도 해보고 싶어."
하는 어린이 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엄마는 이 더운 날씨에 하염없이 땀을 흘리며 이길 끝에서 저길 끝까지 몇 차례나 달렸다.
끝내 날지 못하는 연을 들고 실망하는 어린이에게
"아이스크림 사줄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간신히 달래어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쪼그리고 앉아 연을 들여다보며
"왜 안 날았지?"
중얼거린다. 작은 구멍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 집 앞 골목길을 다시 뛰어보지만 여전히 구멍 난 연은 날지 않는다.
며칠 후 일요일 아침, 어린이와 함께 카페에 갔다. 음료를 마시고 논두렁 앞 난간에 기대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 등을 보고 있는데 문득 그날 날리지 못한 연이 생각났다. 집으로 가는 길 구멍가게 앞에서 오토바이를 세웠다. 영문을 모르는 어린이에게 어서 연을 골라보라고 하니 신이 나서 가게에 걸린 연들을 구경 한다. 작은 가게 안에 제법 연 종류가 많다. 크기가 커다란 연을 고를 법도 한데 초록색 작은 연 앞에 멈춰 선 어린이는 이게 마음에 든다고 수줍게 말한다.
"왜 이거 마음에 들어?"
"개구리 같아. 초록색이잖아."
기왕 연을 샀으니 가는 길에 날려보자며 낚싯줄도 꿰었다. 솜씨 좋은 가게 주인이 능숙한 솜씨로 줄을 꿰고 불로 지져 마무리해 주었다.
며칠 전 땀을 뻘뻘 흘렸던 공터에 와서 다시 낚싯줄을 풀어본다.
"오늘도 연이 안 날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어린이에게
"오늘은 날 수 있을 거야. 얼른 해보자."
조심스레 줄을 풀고 어린이가 달린다.
"힘내. 더 빨리 달려! 조금만 더!"
어린이가 힘차게 달린다. 낚싯줄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연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간다. 신이 난 어린이 목소리가 커진다.
"날아간다! 와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연이 하늘 높이 날았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어린이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이 가득 피어난다. 높이 나는 연을 눈으로 좇다 보니 어느 틈엔가 알록달록한 연들이 슬며시 나타나 어린이의 초록색 개구리연과 함께 파란 하늘을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