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세상 서먹하지만 금요일엔 그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되는 관계가 있다? 그 이름, 직장 동료라고 아시려나 모르겠다. 직장동료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관계다. 주 40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그런 존재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과 편하고 친하게 지내기엔 이해관계 아래에 묶여있기에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당신의 든든한 동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당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적 같은(..) 관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당신의 선을 침범하는 날에는 그날로 선전포고를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과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다가도 멀어지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면 다음과 같다. 절대적으로 시간을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함께 나누고 겪게 된다. 그로 인해 우리도 막을 수 없는 전우애 같은 묘한 공동체로서의 감정이 떠오른다.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는 존재, 함께 존버하는 존재. 그러므로 우리는 월요일에서 금요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행인가.
"그럼 그들과 영영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우리는 금요일을 끝내며 그들과 잠시간 안녕을 고한다. 그리고 주말의 우리들은 본래 우리들이 속해있던 집단인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며 나의 잃어버린 본래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고 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주중에 형성되었던 전우애들은 주말의 달콤한 즐거움 속에서 잊힌 지 오래다. 주말의 행복감은 점점 고조된다. 그리고 일요일 밤, 그랬던 감정은 바닥 치기 시작한다.
월요일 다시 마주한 동고동락한 나의 존재들! 그런데 생각만큼 반갑지가 않다. 나도 내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금요일까지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는데 월요일이 되니 그때랑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싸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서먹하고, 표정도 한껏 차가워진 데다 예민해 보인다. 그들만 그럴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에 대한 묘한 현타가 급습하고, 어쩔 수 없는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사이라는 점이 다시금 일깨워지는 순간이다.
그러다가 우리는 또 아무렇지 않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관계가 개선된다. 차갑고 서먹해진 관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금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고 또다시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길 반복하는 관계가 직장 동료와의 관계다. 그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만이 직장동료에서 진정한 친구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수도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조금 서글프고 섭섭하고 밉기도 한 관계. 편하고 쉬운 관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느슨한 연대를 이어나가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앞으로 수많은 일주일들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쌓아나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