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ㄹㅗㅓ : [ D-day 26 ]
잠을 늦게 잔 탓인가 내가 맞이한 아침은 어두웠다. 그럼에도 나를 밝혀주는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 방금 눈을 떴기 때문인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밝은 빛에 미간을 찡그린다. 그럼에도 이미 익숙한 듯 마우스를 잡고 손을 움직인다.
오늘은 할 것이 많다. 어제 미처 다 하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을 채 오늘도 바쁘게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늦은 저녁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을 뒤로한 채 나의 배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너무 몰입해 에너지를 다 쓴 탓인가 라면 하나를 대충 끓여 끼니를 채운다.
어두운 방 안의 정적을 깨는 것은 목소리도 주변의 소음도 아닌 바쁘게 움직이는 키보드 소리뿐이다. 나는 이렇게 바쁜 일상을 매일같이 반복해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내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자기 관리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나를 걱정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 반복되는 일상을 매우 즐겁게 보낸다. 아무런 걱정도 없으며, 아프지도 않고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 무탈하게 살아간다. 나는 이런 일상을 좋아한다.
나는 늦은 새벽의 시원한 바깥공기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말소리, 지나가는 자동차의 굴러가는 바퀴소리와 같은 소음이 들리지 않은 이 정적을 좋아한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귀뚜라미의 노랫소리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렇게 생각을 다 정리하고 나면 해가 뜨고 있다. 나의 나의 하루는 끝이 난다. 그렇게 잠이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째서인지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가 그리 피곤하지 않은 탓인가. 다시 자기 위해 눈을 감아 봐도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아침의 밝은 빛이 싫다. 거리에는 크고 작은 소음들이 활기를 되찾는 것에 더해 나와 다른 세상이 흘러 사실이 마냥 싫었다. 무엇보다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내가 하는 일과 더불어 나 자신에게도 몰입을 하기 어렵다. 이런 내게 아침이라니 어항 밖 물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밤과 낮을 바꿨는데.."라며 혼잣말을 하며, 누운 채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
전에 사준 채 한 번도 쓰지 못했던 커튼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겐 독인 햇빛을 차단해 줄 수 있는 커튼이 있다는 것이다. 커튼으로 거리의 소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을리 누워서 커튼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쉽게 닿지 않았다.
"에휴.. 하는 수 없지"
나는 커튼을 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과 함께 강한 어지러움이 몰아쳤고 몸이 휘청거리며 눈앞이 하얘지는 증상과 함께 힘 없이 쓰러졌다. 나의 의식은 그 순간 끊겼다.
내 삶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