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o:r / 추억이 된 엄마의 모습

(5) 미ㄹㅗㅓ

by hase

원래는 함께였던 엄마는 이제 없다. 이혼을 한 부모님 사이에서 형은 아빠를 따라서 떠났고 나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됐다. 엄마랑은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함께 보냈다.


어린 나는 학교에 가야 했다. 엄마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한다. 분주한 엄마의 소리를 들으면 종종 잠에서 깰 때도 있지만 아침 준비를 마친 엄마가 깨워줄 때가 더 많았다.


항상 엄마는 내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럴 때마다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 내 엄마에게 말해줬다. 엄마는 항상 내 입맛에 맞춘 전용 식사를 준비해 줬다. 엄마는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던 적도 있지만 엄마는 편식을 안 한다며 뭘 먹어도 맛있다고 내게 말했었다. 엄마의 요리는 평범했지만 맛있었다 내겐 최고의 음식들이었다.


나는 항상 걸어서 등교한다. 하교도 마찬가지다. 집이랑 학교가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 다닌 적이 많았다. 가끔씩 엄마가 자동차로 태워다 줄 때가 있는데 그날은 편하게 학교에 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은 걸어가도 될 정도의 가까운 거리인데 귀찮게 왜 데려다주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데려다주는 것이 좋다고만 했다. 귀찮기만 할 텐데. 대체 왜일까


오늘은 초등학교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다른 친구들은 아빠가 함께 친구들을 보러 왔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온 친구들도 있었다. 내겐 아빠는 없다. 엄마는 돈을 벌어야 해서 바쁘다고 못 온다고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으니까 분명 괜찮았다. 나는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했다! 매년 손쉽게 1등을 했었지만 오늘의 1등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친구와 친구의 부모님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었다. 무려 어린이 돈가스 정식! 엄청 맛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살짝 남았다. 맛있는 걸 먹으니 엄마가 생각났지만 나는 괜찮다. 분명


이번 운동회는 특별히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씩 달리기 경기를 두 번이나 한다. 나는 이번에도 달려야 한다. 하지만 발이 너무 무거웠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 눈에 생긴 무거운 눈물 때문일까 나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오른손에 찍힌 3등 도장 1등이 아닌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오전 달리기에서 받은 왼손에 찍힌 1등 도장이 있으니까 괜찮았다. 분명 괜찮았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줄을 맞춰서 다음 차례인 친구들을 기다렸다. 친구들 사이에 숨어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놀림거리는 되기 싫었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닦았던 눈물은 마르고 새 눈물이 다시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눈물에 흐려진 시아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엄마였다. 엄마가 왔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꾹 참았다.


나는 시합이 끝나자마자 곧장 엄마한테 뛰어갔다. 너무 반가웠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미 친구들 뒤에서 눈물은 다 닦아 치웠다. 엄마에게 안겨 어떻게 왔냐고 물어봤다. 나를 보기 위해 왔다는 말로 대답했다. 그런 질문에 맞지 않은 대답도 좋았다. 기쁨도 잠시 나는 곧장 왼손에 찍힌 1등 도장을 엄마한테 보여줬다. "나 1등 했어!"라고 말이다. 엄마는 이런 내 모습을 매년 봤을 텐데 나를 위해서일까 항상 기쁜 마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어린 나는 그게 기분이 좋았다. 이번엔 오른손을 보여줬다. "두 번째 거는 3등 했어"라며 머쓱한 웃음으로 넘겨보려 했지만 3등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아쉬움만 가져왔다.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데 3등이라니 어린 마음을 가진 나는 서러움을 금치 못했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엄마는 따듯한 품으로 어린 나를 잘 다독여줬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의 엄마의 표정이,

안쓰러운 표정을 한 채 미안한 마음을 혼자 삼키고 있는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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