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ㄹㅗㅓ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어린 모습이지만 다 컸다는 생각이 내 마음 한 편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 좋아했다. 하지만 혼자 있기도 좋아한다. 학원에 다녔지만 친구들과 놀기 위해 몰래 빠진 적도 많았다. 또 나는 귀찮음이 많았다. 하긴 만사가 귀찮을 때이긴 하다.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엄마와의 특별한 추억은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친구와 저녁밥을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났고 그와 더불어 자연스레 엄마와의 식사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엄마는 나한테 다행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나는 홀로 집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는 날 보며 그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았다.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 신경을 쓴 적도 없었다.
나는 몸과 마음이 클수록 어른이 되어간다고 생각했고 자립심에 더불어 반항심도 같이 컸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나를 어린아이로 보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마냥 그 사실이 싫었다. 엄마의 교육은 내겐 잔소리로만 들리기 시작했고 그런 잔소리가 듣기 싫어 엄마와 자주 다투곤 했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엄청 크게 다툰 적도 있었다. 그날은 똑똑히 기억한다. 12월 19일 금요일이다.
그날 저녁 엄마는 나를 불러 내게 부탁을 했다. 엄마가 몸살에 걸려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는 내게 약 좀 사다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졸리고 귀찮다며 이를 거절했다. "엄마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잖아"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은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그런가 엄마가 날 깨우지 않고 외출을 한 모양이다. 나는 여유롭게 누워 기지개를 핀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나의 여유는 딱 거기까지였다. 휴대폰을 본 나는 추운 날씨인지도 잊을 채 얇은 겉옷 하나만 들어 입고 곧장 병원으로 뛰어갔다.
엄마는 자고 있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의 손이 얼음같이 차가운 건 날씨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엄마는 잠꾸러기이다. 나보고 그렇게 뭐라 했으면서 엄마도 이젠 늦잠을 잔다. 이제 엄마는 아무리 깨워도 잠에서 깨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약 하나와 내가 좋아했던 과자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엄마를 발견했을 당시 엄마의 손에 들려있었다고 말이다.
장례식에 대해서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3일간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린 탓인가 모르겠다.
하얀 침대 위 창백한 엄마의 얼굴
내겐 그 순간이 기억으로만 남은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