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ㄹㅗㅓ : [ D-day 23 ]
살짝 이른 저녁 나는 잠에서 깨 눈을 뜬다.
"어 이제 일어났어?"
녀석이 내게 말을 건넸다.
"어 뭐야 일찍 왔네, 지금 몇 시야?"
"18시 23분"
"으아, 늦잠이네. 어제 조금만 놀다가 과제하려 했는데 이게 뭐야. 얼른 세수부터 하고 책 읽어야겠다. "
"안 죽어 괜찮아, 오늘까지만 딱 놀고 하자 웃는 사람이 일류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안 돼 무조건 책 읽어야 돼 이러다 늦을 거 같아"
"아이 괜찮다니까, 오늘 하루 이벤트한대 이건 게임하라는 뜻이나 다름없지"
"그럼 이벤트만 받고 꺼야겠다."
나는 녀석에 말에 못 이겨 곧장 게임을 켰다. 게임에 들어간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 참, 이벤트 안 하잖아 거짓말을 치냐!"
녀석을 배를 부여잡고 소리 내며 깔깔 웃어댔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야, 킨 김에 좀 놀다 해, 괜찮아"
"아오 나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게임을 껐을 땐 새벽이 다 되어있을 때였다. 또다시 사라진 그 녀석을 보며 오늘도 한 방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 녀석의 말을 들었으면 안 됐는데 그 녀석의 말의 달콤한 게임의 유혹에 오늘도 넘어가 버렸다.
현재 시각은 04시 30분 내겐 아직 활발한 시간이다. 게임을 다 끝내할 것이 없어진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아까의 그 읽고 싶던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 귀찮다. 일단 누워야겠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했기에 억지로라도 책을 집어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나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심리학 자기 계발서였다. 그 책에서는 '사람은 태생부터 자아를 가지고 태어나며, 자아를 가진 나는 한 명이 되기도 여러 명이 되기도 한다.'라는 내용을 주제로 그럴듯한 적절한 예시를 보여주며 이론의 개념을 설명해 준다. '사람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생존 본능으로 방어기제가 활성화된다.'나 뭐라나.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 뿐이라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에 대해 일절 이해하지 못한 다는 지루함을 느끼고 책을 덮어두었다."
책 때문에 지루해진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이야기한다.
"으아, 역시 심리학자의 말들은 전부 어렵네 괴상한 말 뿐이고."
"06시 43분? 이제 뭐 하지"'
'할 거 없으니까 밥이나 시켜 먹자.'라는 생각과 함께 방 문을 열고 나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나는 혼자 산다. 원래는 엄마랑 같이 살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 어릴 적 엄마와 아빠는 사소한 것으로 매일같이 다퉜고, 그 끝내 둘은 이혼이라는 결과를 내게 알려주었다. 형은 아빠를 따라서 떠났고 남겨진 나는 자연스레 엄마와 함께 살게 됐다. 엄마랑은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함께 보냈다. 엄마가 사고로 죽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