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ㄹㅗㅓ : [ D-day 24 ]
늦은 저녁 내가 눈을 뜬 곳은 병원도 아닌 어두운 내 방 안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내가 쓰러졌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은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목이 갈라질 듯한 정도의 갈증이 몰려온다. 물을 마시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방 문을 열며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아 방 문이 잠겨있었구나."
나는 물을 마시며 쓰러지기 전 어지러움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영양분이 부족했을까? 잠이 부족했을까?'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좀 이상했다. 평소의 생체리듬이 깨졌었다.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왜 잠을 자지 못했을까? 왜 그리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을까 하며 깊은 고민에 잠겨있을 때의 나의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했다. 멍을 때리며 가만히 생각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큰일 났다. 지금 몇 시지?"
'오후 23시 37분'
약속 시간은 23시 40분,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재빠르게 뛰어가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늦었네"
"어 미안, 언제 왔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채 정신없이 와서 그런가 친구의 입가에는 살짝의 미소가 보였다. 으, 이 녀석의 미소는 언제 봐도 기분 나쁜 웃음이다.
"나도 방금 막 왔어, 그나저나 피곤해 보이네"
"맞아 어제 잠을 못 잤어"라고 말한 나는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 맞다. 나 과제해야 돼서 책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넌 금방 잘하잖아 나중에 해도 되지"
나는 항상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한꺼번에 몰아 치우는 성격이다. 이 녀석의 말대로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나 해"
듣던 중 제일 달콤한 말이다. 마침 게임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녀석과 이야기를 하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간은 00시 13분,
"그럼 진짜 조금만 하다가 과제 해야겠다."
그렇게 녀석과 이야기를 하며 재밌게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은 자주 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아서 좋다. 역시 스트레스를 풀 땐 게임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접속 중 •
0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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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중 •
0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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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중 •
03시 24분
접속 중 •
0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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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중 •
07시 53분
접속 중 •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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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
12시 44분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
"야, 어디 갔어."
게임에 몰입해서 그런가 언제 어디 갔는지 영문도 모른 채 녀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든 나는 입을 열며 중얼거린다.
"말이라도 하고 가지"
"그나저나 너무 피곤하다. 빨리 자고 일어나서 책 읽어야지."
오늘 나의 하루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