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o:r / miro (1) - Black Room

(11) 미ㄹㅗㅓ

by hase

나는 이곳이 무섭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 속에서 나는 길을 헤맨다. 나를 인도해 줄 밝은 빛은 어디에도 없는 벽인지도 알 수 없는 검은색 미로에 갇혀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벽에 몸을 부딪힌다. 꿈일까? 벽에 박아도 아프지 않기 때에 꿈일 것이다. 부디 이게 꿈이어야 한다.


이 어두운 미로 속에서는 색깔이 없다. 아니, 모든 색깔이 다 있는 것일까. 다만 다행인 점은 한 가지 색은 볼 수 있다. 벽에 박아서 생긴 수많은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붉은색 혈흔, 이것이 유일하게 미로에 길을 표시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벽에 이리저리 부딪혀도 아프지 않다. 하지만 피는 계속 흐른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체력에 한계가 온다.


최근에 나는 매일같이 이곳을 헤맨다.


어둠은 나를 더욱더 깊은 곳으로 끌어드린다. 이곳에 오면 나의 모든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뀐다. 뭐,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말이다.


다행인 점은 이곳에는 그 녀석이 있다. 이 미로 안에서 항상 나와 함께 같이 있어준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서로 다른 길로 갈라서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한 몸이 된 것 마냥 같은 길에서 다시 만난다. 미워해도 떨어질 수 없는 '나'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끝으로 검은 미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알아냈다. 그 방법은 매우 쉬웠다. 그냥 포기하는 방법이다. 나를 끌어드리는 어둠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면 된다. 그렇게 하면 꿈에서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꿈에서 깨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꿈에서 깼을 때 짜증 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녀석의 말로는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그 방법에 대해 녀석은 잊어먹은 듯하다. 쉬운 방법만 기억했다나 뭐라나. 참 바보 같은 녀석이다.


포기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꿈에서 깨는 것이 분명 훨씬 빠른 방법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미로의 출구를 찾아 탈출하는 것이 두 번째 탈출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포기를 선택한다.


가장 쉬운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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