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미ㄹㅗㅓ: [ D-day 4 ]
반복되는 나의 삶에 점점 지쳐간다. 악몽이라도 꿨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왠지 모를 짜증이 온몸을 덮는다. 나는 일어나서 그 녀석의 앞으로 걸어가 말을 건다.
"요즘 재밌는 거 없냐."
"책이라도 읽어"
삶에 지친 내게 책이라는 존재는 너무 따분했다.
"책 말고 스트레스 풀만한 자극적인 거"
"그냥 계속 누워서 쉬던가 자극적인 거면 야동을 보던가"
"그래 일단 누워서 생각하지 뭐"
나의 시간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흘러간다. 끼니는 대충 배달로 채웠으며, 몸을 일으키는 경우는 화장실에 가는 시간과 담배를 피우는 시간뿐 그 외에는 대부분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내 방은 끼니를 채우고 남은 배달용기와 쓰다 버린 휴지조각들로 가득찼다. 그곳은 내 낙원이었다. 방안에 있으면 무엇하나 걱정할 필요 없고 귀찮게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쓰레기는 한 곳으로 대충 모아서 던지면 됐고 바로 옆 의자에 앉으면 누구보다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피곤할 땐 의자 바로 뒤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면 됐다.
나는 방을 벗어나는 것이 귀찮아 예전에 모아뒀던 적금을 깼다.
"역시 돈 쓰는 게 좋긴 좋네."
그 녀석 역시 이런 나랑 굉장히 잘 맞아서 요즘에는 거의 맨날 놀러 온다. 그 녀석이 있어도 음식은 하나만 시켜도 된다. 위가 작아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먹으면 딱 맞을 정도의 양이다.
나는 어두운 저녁을 좋아한다. 창문 너머의 시끄러운 소음들은 사라지고 서늘한 공기가 내 몸을 어루만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주변이 어두울 땐 나를 비치는 빛은 더욱더 환하게 내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좋다.
아침일찍 눈이 떠졌던 저번 일로 한동안 아침을 맞이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바뀐 밤낮을 바꾸기 위해 다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과제는 조금만 더 미뤄도 되겠지?"
"하루 전에 몰아서 하면 되니까 괜찮겠지?"
나는 지금 힘든 상태니까 조금은 여유롭게 쉬어도 생각한다.
"아 조금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