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o:r

(9) 미ㄹㅗㅓ : [D-day 5]

by hase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요즘 내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 녀석의 얼굴을 본 지도 오래됐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나의 일상이 되었고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면 영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의 귀찮음은 이전과 비교도 못할 만큼 심해져 버렸고 말을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내겐 너무 힘들었다. 내게 생존이라는 문제는 크나큰 난제로 다가왔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 버텨내며 살아가기 시작했고 이런 나약한 나를 보며 한층 더 나를 원망했다.


이런 나의 나약한 모습은 어째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원망이라는 감정도, 힘든 삶도 겪은 적이 없는데 어째서인지 익숙하다. 나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며 나는 지금 나의 상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자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와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나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다.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서도 나를 믿었다. 그렇게 나 하나에만 의지하면서 모든 것을 이겨내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 안에서 힘듦의 깊이는 성장의 발판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극복해왔다. 바보같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을 자는 생각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힘들다.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힘듦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말로는 내 모든 힘듦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렇게 질문의 꼬리의 꼬리를 물고 정답없는 질문을 끊임 없이 던졌다.


"지금인 건가?"


나의 의미없는 생각을 깬 건 다름아닌 녀석의 목소리었다. 지금인 건가라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뭐가?"


녀석은 신이난 듯 특유의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음에 답한다.


"아니 해줄 말이 있었는데 네가 힘들어 하는 걸 보니 딱 지금 하기 좋은 말인 거 같아서"


녀석은 누구보다 현명하기 때문에 믿을만 했다. 나는 녀석만의 해답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뭔데? 얼른 말해봐"


"너무 급한 거 아니야?"

"그럼 나랑 약속 하나 해. 내 말을 무조건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알려줄게"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의아했지만 녀석의 말이니까 믿어보자고 생각하고 곧바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힘들어도 돼. 굳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더 큰 힘을 쓸 필요도 없어."

"그림자가 짙어진다는 것은 빛이 밝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해 밝은 빛을 위해 조금 더 짙어져도 돼."


녀석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렸다.

괜찮다. 녀석에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일이 해결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내 마음을 울렸고 머리에 딱 들어오는 알맞는 조언이라 생각했다. 그와 함께한 시간을 믿었기에 녀석의 말을 신뢰할 수 있었다.


나는 녀석의 말을 믿고 마음 편히 힘들기로 다짐했다. 해결하기 위해 더 큰 힘을 써서 지칠 필요가 없으니까.

이전 08화mi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