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o:r

(18) 미ㄹㅗㅓ [ D-day ]

by hase

"lorn dream"


그 녀석은 문득 내 이름을 불렀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아? 넌 못 도망가,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어. 나는 아직 부족해”


“괜찮아, 이겨낼 수 있잖아”


“날 좀 더 즐겁게 해 줘”


“성장하는 과정일 뿐이야. 그 속의 아픔은 필수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날 위해 고통스러워해”


“너는 이 세상의 모든 미움을 받고 더 고통스러워해야 한다고”


"아직 난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


"네가 고통에 몸부릴 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짜릿했는 줄 알아?"


"그건 내 유일한 행복이었어."


"무슨 소리야..? 난 널 믿었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해?"


"나를 믿는다고? 그런 것 같더라 덕분에 더 쉬웠어 잘 넘어오더라."


"내가 하는 말들 전부 그럴듯했지?"


"게임이나 해 “

"야, 킨 김에 좀 놀다 해, 괜찮아 “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마. 불확실한 미래는 더더욱 걱정하지 않아도 돼"

"힘들어도 돼 그 힘듦에 대한 깊이는 분명 네 성장의 발판이 될 거야"

"힘든 미래가 너를 기다릴수록 더 힘차게 지금을 즐겨야지 “

"힘들어도 돼. 굳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더 큰 힘을 쓸 필요도 없어."

"그림자가 짙어진다는 것은 빛이 밝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해 밝은 빛을 위해 조금 더 짙어져도 돼. “

"그냥 계속 누워서 쉬던가 자극적인 거면 야동을 보던가"


이게 도대체 뭔데. 내 머리에 그 녀석의 말로 가득 찼다. 녀석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녀석은 나에 대해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섬뜩해, 불쾌해, 무섭기만 하다. 두렵다. 꿈일까? 아니, 꿈은 아니다.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패닉상태에 빠져 눈앞이 흐려지고 귀에선 이명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 녀석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lorn Grim..!”


녀석은 웃고 있었다.


“lorn Gi$m? ㄴㅏㅣ 이름 ㅇㄴ &r*am이야 나ㄴ ㄴ야”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몸은 잡고 있는 난간에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다.

'lorn Grim'

그래, 내 이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녀석은 나와 너무나도 닮았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생각하면 상실감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어’

나는 잡고 있던 난간을 놓치고 말았다.


녀석은 그렇게 옥상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

.



나는 떨어지며 생각한다. '그래 그 녀석 말이 맞아.'라고.

그 녀석의 말을 되새기며 곱씹어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 녀석의 말의 뜻을 안 순간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나약하다. 그와 반면 녀석은 강했다. 그렇기에 녀석을 지금까지 쭉 믿어왔다. 하지만 이젠 늦었다. 나는 너무나도 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제 곧 내 몸이 땅에 닿아 나는 죽을 것이다.


“드디어….”


나는 웃음을 순간 웃음을 지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나는 기뻤다. 줄곧 생각으로만 했었던 나의 계획이 현실이 됐다. 기뻤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lorn Grim? 내 이름은 &r*am이야.”

내가 눈을 감자 녀석의 목소리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갔다. 떨어진 나는 땅이 아닌 따듯한 물에 빠진 듯이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물은 천천히 나는 눌렀고 내 몸은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나는 편해질 수 있다. 드디어.


.

.

.


정신을 차린 나는 옥상 위에서 눈을 떴다.


"분명 나는 떨어졌을 텐데…."


하지만 이상했다. 내가 떨어지는 과정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분명 나는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떨어진 건 그 녀석이었다. 바닥에 닿은 건 나의 모습이었다.


떨어지는 과정 속의 모든 기억들이 내게 섞여 들어왔다.


“이게 뭐야.. 나는 분명 옥상에서 떨어졌는데….”


나는 정신없는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같은 말을 했다. 그 생각은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옥상에서 'Grim' 그 녀석을…."


옥상에서 떨어진 것은 나였다. 하지만 그 녀석도 떨어졌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고 그 녀석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았았다."


"그럼 죽은 건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인 건가?"



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자 기억을 처음부터 되짚었다.

녀석의 이름은 'lorn Grim' 내 이름인 'lorn Dream'과 확실히 비슷한 이름이다. 여태 의심한 적조차 없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내가 떨어지기 전에 그 녀석은 내게 뭐라고 말했던 것 같아서 녀석의 말을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 본다.


“분명 ‘lorn Grim? 내 이름은….’이라고 했는데."


머리가 깨 짓듯이 아팠다. 불쾌하다. 모든 것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 녀석은 분명 이 옥상에서 떨어져서 죽었을 것이다. 내가 죽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lorn Grim? 내 이름은 Dream이야. 난 너야.”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떠올렸다. 깨달았다. 나는 과거로 돌아간 듯 생생하게 어느 날의 순간을 떠올렸다.


내 머릿속에서는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는 수많은 삶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믿을 수 없었다. 그 기억들 속에는 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깨달았다. 난 분명 행복했다. 엄마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추억이 되었던 것이었다. 기억만 남았던 것뿐이었다. 과거에도 나는 아팠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내 과거에는 내가 있지 않았다. 과거에 내 모든 것을 두고 왔었던 것이다. 미로가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의미를 알지 못했었다. 이제 알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은 잊혀져 있었다. 사라진 사람과 함께 내 기억도 같이 사라졌었던 것이었다.


“이게 뭐야….”


내 머리는 망치에 맞은 듯 깨질 듯이 아팠다. 다시 눈앞은 흐려지고 전보다 더 시끄러워진 이명소리가 내 귀를 감싸 안았다. 어지러움이 다시 몰려왔고 도무지 버틸 수가 없었다. 아프다. 너무나도 아프다. 흐려지는 시점과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정신을 차려보니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뜬 곳은 내 방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넘어진 듯 앉아있었다. 손에는 조각 파편들이 박힌 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한 곳에는 깨진 거울이 보였고 내 발밑에는 거울의 파편들이 널리 퍼져있었다. 굉장히 무서웠다. 무슨 상황인지도 내가 왜 이런 짓을 벌인 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도 전부 내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괜찮았다. 해가 뜨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부서진 거울과 함께 내 안의 그 녀석은 자취를 감췄고 내가 착각하며 바라보던 모니터의 밝은 빛은 평소는 다르게 꺼져있었다.


이젠 거울을 보며 그 안의 녀석과 대화를 하는 날은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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