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씀

말모이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

by 씀씀이

1월 9일에 개봉한 말모이,


언제부턴가 한국영화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주시경 선생님의 뜻을 이어 조선어학회에서 각 지역의 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고자 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끝끝내 사전을 만들어낸다. 물론 해방이 된 이후에 말이다.

연기나 연출, 내용 등의 요소들은 난 잘 모르겠다.(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다) 그것들은 논외로 하고 이 글에서는 내가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바를 쓰고자 한다. 영화 내용이나 평을 자세하게 듣고 싶어서 들어오신 분이라면 가볍게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라.






01


일제시대 영화는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는 권력에 희생되어 죽고, 가진 것을 뺏기고, 협박과 폭력을 받으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값진 희생 덕분에 한글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애국했던 무명의 순국선열분들께 감사하다.(묵념)

조선어학회는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군대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수집한다. 이는 유관순 열사와 국민들이 아우내장터에서 외쳤던 만세시위처럼 비폭력 저항이다. 싸움의 기본은 힘이거늘, 조선어학회는 힘이 없다. 그저 애국심에 그들은 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고, 일본의 탄압으로부터 지켜냈으며, 한글을 보전했다.

출처 - 네이버영화


02


말모이를 보는 내내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많은 분들이 한글을 지켜내기 위해 희생했는데 어떻게 우리말을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책을 부단히 읽고 한글을 사용하여 우리말을 지켜내는 것이 후손으로서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일본은 조선을 지배하면서 조선말을 금지하고, 내선일체라는 미명 하에 일본말과 창씨개명을 강요했다. 왜 일본은 조선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까? 1차적으로는 말을 통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고, 2차적으로는 조선말을 없앰으로써 민족의 얼을 말살시키기 위함이다. 말과 글은 민족의 토대가 된다. 인간의 삶과 문화, 정신이 담기는 것이 말이며 글이다. 만약 1446년에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 한글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먼저 독서에 힘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독서를 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소중하다. 다 같이 한글을 아끼고 이왕이면 외래어보다 순우리말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전자기기는 사용할수록 수명이 짧아지지만, 말은 사용할수록 수명이 늘어난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자. 매일 30분만이라도!

출처 - 네이버영화


03


독서모임 지정도서였던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에서 이야기 나눴던 주제가 떠올랐다.

"한 사람의 신념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물론 말모이는 단 '한 사람'의 신념이 아니다. 주시경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조선어학회와 한글을 사랑한 국민들의 기원으로 말모이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각 지역 사람들이 편지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단어(말)를 보내 사전 완성을 돕는다.

조선어학회 대표로 나오는 극 중의 '류정환'(윤계상)은 친일을 하는 아버지를 두고도 일본에 굴복하지 않고 말모이 작업을 계속한다. 그는 일본의 각종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며, 당장 말모이를 포기해도 권력과 재물이 있어서 편하게 살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말모이 제작에 큰 뜻을 둔 그는 어떠한 외압에도 굳건히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삶의 의미를 신념이라고 본다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은 홀로 그 길을 걸어갈지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희망이 있다면 미래가 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있다는 뜻이다.




추신(평소였으면 P.S로 썼을 텐데)

한글 문장이 아름다운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