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

한 편의 그리움

by 씀씀이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다. 다음 버스 예상 도착시간까지 18분. 버스정류장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았다. 봄이 오고 있다는 전갈을 몸소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18분 후, 버스에 탑승했다. 사람이 많은 주말 저녁 시간대여서 꽉 찬 버스에 콩나물처럼 실려갔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살피며 목적지에 빨리 다다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외국인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 음성통화인 줄 알았으나 가까이서 보니 영상통화였다. 그가 들고 있는 작은 화면에는 그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고, 그는 아이를 찍는 사람과 통화를 하는 듯했다. 아이는 5~6살 정도 되는 귀여운 아이였다.(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추정이 난무)


그는 작은 화면을 눈으로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바라봤다. 자칫 큰일이라도 난 듯 심각하게 보일 정도였다. 나는 옆에서 숨죽인 채 그분의 표정을 살폈다. 크게 웃지도 않고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심각한 눈빛이 '그리움'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꼈다. 그리움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타인을 보지 못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서로 살갗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단절 상태다. 그는 통화 내내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어떤 감정이 극도로 치닫게 되면 말을 못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수화기 반대편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기보다 아이를 보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지금 아니면 못 볼 것처럼. 그는 영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그리도 했을까.



국내에 취업비자로 들어와 일하는 외국인이 46만 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를 35만 명 정도로 추산하면(뉴스 기사 참조),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80만이 넘는다. 마트, 시장에 가면 물건을 구매하는 외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이나 한국보다 경제력이 뒤쳐진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편견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부르며 부지불식간에 그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그들은 우리와 국적만 다르지 같은 인간이다. 우리가 외국에 체류할 때 느끼는 향수, 그리움과 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같은 인간이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모두 건강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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