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제 제법 봄스럽다. 선선한 바람에 따뜻한 햇볕을 쐬고 있으면 ‘겉바속촉’ 같은 조화로운 맛이 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벚꽃이 핀다. 매년 3월부터 우리 곁에 찾아온다. 벚꽃은 한 두 달 동안 얼굴을 비추고 나머지 시간은 휴가를 갖는다. 4월 한 달을 위해서 11개월을 기다리는 것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매미는 어떤가? 우리가 여름마다 보는 매미는 종류에 따라 최소 4년에서 7년 동안 유충에서 성충이 되기 위해 컴컴한 땅에서 산다. 여름 한철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땅에서 몇 년을 살아낸다. 버티고 인내하는 시간이 자연에서는 필수적이다. 나만의 시간을 위한 기다림.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내 가여운 처지가 조금은 납득이 되었다. 나는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잠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동굴이 아닌 터널이기에 끝이 있다는 믿음을 갖기로 했다. 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고 내 보폭대로 걷기로 했다. 뱁새가 황새 인척 하다간 가랑이 찢어지니까 말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이 시간이 있기에 그 뒤에 찬란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얼른 봄이 와서 벚꽃이 폈으면 좋겠다. 날이 풀리고, 언 마음이 사르르 녹기를
탁월함을 완성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퍼블릴리어스 사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