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

한 편의 부끄러움

by 씀씀이


여러분은 최근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1월 즈음에 9호선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에서 집에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사람을 가득 실은 급행은 가양역에 이르자 한산해졌다. 객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나는 한 정거장만 가면 내리지만 그동안 계속 서있었기 때문에 자리에 앉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세 자리가 연이어 붙어있는 빈자리를 찾았다.



몸을 옮겨 세 자리 중 가운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방금 전에 내린 누군가가 놓고 간 신용카드가 보였다. 분명히 카드를 봤지만 못 본척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나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학생(신분은 잘 모르지만 학생 같다)이 카드를 발견했다. 그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카드를 집더니 빠르게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카드 놓고 가신 분 계세요?”

사정을 모르는 기관사는 문을 닫는다고 방송을 했고,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에 학생은 탔다. 짧은 시간에 숨을 많이 사용했는지 헥헥거리며 지쳐 보였다. 그는 숨을 잠시 고르더니 손에 든 카드를 이리저리 살피며 주인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핸드폰을 꺼내 주인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학생의 적극적인 태도에 카드를 보고도 모른 척한 내가 부끄러웠다. 나와는 너무 다른 대처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보는 척, 모르는 척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이미 그 학생에게 가있었다. 약 6분 뒤 지하철을 내리면서 마지막으로 본 학생은 여전히 카드 주인을 찾기 위한 노력에 빠져있었다. 이후 버스로 환승해서 집까지 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좋은 사람이 되자고 이전에 다짐했던 내 모습이 발가벗겨진 듯이 부끄러웠다. 정말.. 부끄러운 밤이다.




근데 왜 갑자기 이 사건이 생각났냐고?

내 카드를 어딘가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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