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 마지막 날 해가 떴다. (자느라 보지는 못했다)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말은 설레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경계에 서있을 때의 설렘과 불안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18년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성장했는가?
쉬이 답할 수가 없었다. 나를 돌아보는 일은 부담스럽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주관성의 개입을 인정하고 최대한 객관적이게 적어보고자 한다.
글을 의식의 흐름으로 적기보다 파트를 나눠 키워드를 놓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해 나의 인생 키워드는 무엇인가?
공부, 독서
이 두 가지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나는 올해 초에 2018년을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하는 한해라고 정했었다. 2월에 졸업을 함과 동시에 고시에 합격을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생존율은 10% 미만,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바쁜 삶을 살아야만 했다. 매일 집에서 독서실을 오고 가며 반복되는 일상과 지루한 삶을 살았다. 사실 고시공부는 실제 전쟁이라기보다 콜 오브 듀티 같은 전쟁게임에 가까웠다. 언제든지 더 이상 하기 싫으면 독서실 불 끄고 나가면 될 일이다. 실제로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해보자'라는 의지에 불타 시작한 공부가 숨이 죽은 배추처럼 축 늘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스터디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가 한계에 부딪힐 때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건 타인이었다.
1월 말에 처음 만나서 시작한 전공 스터디다. 나포함 4명을 구했는데, 내가 제일 막내였다. 나머지 3분은 30대 초반이어서 서로 호칭은 '선생님'하고 부르지만, 동생 대하듯 해주셨다. 공부를 오래 하셨기 때문에 여러 공부할 때 조언과 자료들을 받을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공부를 미친 듯이 했냐? 아니다. 26살이나 먹고서도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는 많이 미흡했다. 처음이라서,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혼자 계획 짜고 실행하고 피드백하는 게 처음이라 어려웠다. 나만의 공부방법도 찾아야 했고, 암기는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 것인지, 시험칠 때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 등등 생각할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올해 공부를 통해 나는 많이 성장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느꼈다. 공부의 효율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최소한 오래 앉아있기는 했다. 다른 곳에 뛰쳐나가지 않고 버틴 나의 엉덩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짝짝짝) 올해의 공부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 다른 공부를 할 때에도 큰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독서는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젠 책이 없는 삶은 꿈꿀 수가 없다. 예전 20대 초반에는 전자기기에(특히 핸드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는 디지털(전자기기)과 아날로그(책)의 시간 사용 비율을 맞추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올해는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핸드폰에 들이는 시간보다 책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공책을 보다가 지겨워지면, 보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마음을 힐링했다.
2018년에 몇 권이나 읽었을까? 기록을 남기지 않아서 정확히 몇 권인지는 모르겠지만, 40권 정도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작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75권 정도를 구매했는데, 올해는 35권 정도 구매했다. 집에 쌓여있는 책들이 많아서 있는 거라도 제대로 읽자는 마음을 가졌는데, 잘 안됐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리 없다. 사고, 사고, 또 사고, 또 책이 쌓였다.
나의 독서력(歷)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번 언급했었는데 2018년의 독서와 2017년의 독서는 많이 달라졌다. 작년에는 비문학이 주를 이뤘다. 주로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 등의 분야를 주로 봤다. 올해는 독서모임을 나가면서 문학에 맛을 들였다. 소위 '갬성'이라고 말하는 글과 말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이 맛에 문학을 읽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한 해다.
입맛이 변해간다는 것도 나의 성장이다. 어릴 때는 김치나 시금치 같은 야채를 먹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야채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움의 원천이 아닐까. 내년에는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고자 다짐한다.
공부나 독서나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영역은 아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다. 바로 나타나지는 않아도 나의 몸 어딘가에 새겨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독서도 공부도 꼼꼼하게 해보려고 한다. 책도 한 번만 읽고 넘기면, 읽었다라는 기억은 남지만 내용이 머릿속에 없어서 허탈했다. 어차피 책을 읽는 목적은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사색하기 위함이니까, 느리더라도 제대로 책을 느껴보고 싶다.
노력에 대한 값진 보상은 노력 중에 얻는 무엇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존 러스킨
안녕 2018년, 안녕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