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바꾸며
안경을 사러 갔다. 5년 쓴 안경다리가 헐렁거려 코에서 자꾸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안경사님의 지시대로 시력검사도 마치고 이제 안경테를 고를 시간이다. 이전 안경은 얇은 금속테에 너무 흔한 디자인이라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 많은 안경 진열장에 전 안경과 비슷한 디자인이 50% 이상이었다. 어차피 나는 그 디자인은 제외할 것이라 반 이상이 제외되어 선택이 오히려 수월했다. 언뜻 보면 안경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달랐다. 알이 크거나 작거나, 둥글거나 약간 각져있기도 했다. 안경다리는 금색, 은색, 검은색 등으로 다양했고, 무게도 각자 달랐다. 안경 알과 알 사이를 이어주는 코다리도 색깔과 재질, 곡선과 직선 등으로 다양하게 있었다. 학창 시절 배운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 같이 여러 요소들이 조합된 다양한 안경들이 진열장에 빼곡히 차 있었다.
어떤 것을 고를까.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것을 들어보기도 하고, 안경사님의 추천을 받아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했다. 끌리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뭔가 1~2%가 아쉬웠다. 아쉬움을 달래는 다른 디자인을 선택하면 또 아쉬움이 생겼다. '아 이 안경과 저 안경을 조합하면 참 좋겠는데..' 안경은 왜 소비자가 재료와 디자인을 선택하면 조합해서 만들어주는 게 없는 것인가. 그렇게 10분여를 갈팡질팡하며 쓰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결국 개중에 최선을 선택!
새 안경을 쓰자 마치 개안한 것처럼 세상이 달라 보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경 고르던 일을 생각하며 인간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사람에게 100% 만족한 적이 있던가?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 가장 마음 주고 열심히 만난 연인관계에서도 크고 작은 오점이 있었다. '이 사람은 술만 끊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다 좋은데 싹수가 없어.' 만남은 오점을 아직 모르거나, 오점보다 장점이 클 때(소위 콩깍지) 이루어지고, 헤어짐은 결국 그 오점으로 헤어진다. 나에게 맞지 않는 안경이라면 이쁘고 탐스럽더라도 내려놓는 것이 답이다. 시간이 지나면 맞지 않는 '하나의 점'때문에 결국 안경에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나의 인간 포용력을 고려했을 때 구질구질한 관계보다 끊어내는 선택이 최선이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