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위반

인생의 적정 속도 시속 10km

by 씀씀이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얼마나 빠른지 '라떼는 말이야'가 이젠 더 이상 40, 50대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2000년 이후 굉장한 속도로 생활이 변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깊은 감동을 모르는 세대가 있고, 그들이 라떼를 운운하며 자기 다음 세대와 다름을 느낀다.

한 번 천천히 생각해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가? 핸드폰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10년 전 핸드폰이 당신의 삶의 일부분이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이제는 뗄래야 뗄 수도 없는 핸드폰은 고작 12년 정도밖에 안됐다. 내 인생 28년 중 12년도 짧은 기간이 아닌데, 핸드폰 시대에 태어난 요즘 학생들에겐 핸드폰이 신체의 일부로 느끼지 않을까. 이들을 보면서 난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 길었음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긴 시간을 친구들과 뛰어놀며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난 시대에 역행하려 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빠르게 보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살고 싶다. IT, 통신, 교통 모두 속도 높이기에 혈안이 된 요즘 사회풍토와 다르게 천천히 내 걸음으로 살고 싶다. 이는 뇌의 도파민 중독과도 연관된다. 우린 인터넷, 휴대폰으로 너무나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집 앞에 옷과 음식이 배달된다. 유튜브 보면서 방구석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깔깔댈 수 있다. 쉽게 말해 장시간 노력 없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는 우리 뇌의 보상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과정보다 결과를. 정도(正道)보다 지름길로. 시간과 햇빛이 길러낸 계절과일보다 아이스크림으로. 우리는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지 않으면서 빨리만 가려한다. 이 속도위반은 언젠가 큰 화가 되어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10km, 내가 한 시간 숨 넘게 달리면 닿는 거리다. 시속 10km. 내 걸음, 보폭으로.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는 내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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