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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진기자 이희훈 Dec 06. 2019

꿈을 향한 독립... 밖으로 나와라, 되게 좋다

탈시설 장애인 마로니에 8인 / 방상연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10년 전 같은 이유로 뭉친 이 8명은 입을 모아 자유를 말했다.  

이들은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시간은 인간의 존엄을 무시 당한 채 숨이 붙어 있어 마지 못해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8명은 탈시설 투쟁을 시작했다.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누리며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시설을 떠난 뒤 서울시를 상대로 이어진 62일간의 노숙 투쟁. 휠체어에 앉아 오랜 시간을 견디고, 불편한 잠자리와 소음·더위를 이겨 내야 하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인 시설에서 무시당하고 고통 받았던 시간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첫 경험이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산 지 이제 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렇게 독립한 이들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꿈을 향한 독립... 밖으로 나와라, 되게 좋다




방상연 / 48세, 지체장애 


외할아버지 손에 자라던 방상연씨는 할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열 살에 시립아동병원으로 갔다. 지체장애가 있던 상연씨는 버려졌다는 생각에 슬픈 나날을 보냈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웃음을 찾으려 노력했다.  

많이 먹으면 대소변 처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배식을 적게 받았다. 어린이날 단 하루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또래 입소자들은 나무를 먹기도 하고 비닐, 천 조각까지도 먹었다고 했다. 

스무 살이 되어 성인들이 있는,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시설로 옮겼다. 그곳에서도 역시 먹고 자고 싸고 텔레비전 보는 생활이 반복됐다. 작은 실수에도 폭언과 욕설이 계속되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상연씨는 배움의 욕구가 컸다. 컴퓨터, 글씨, 수화 등을 배웠지만 시설 내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비디오 촬영, 영상 편집, 인터뷰도 해보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곳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시설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됐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평등한 세상을 위해 이 사회를 완전히 바꾸고 싶다." 그는 집 구하기, 여행, 콘서트, 영화관람 등 소소한 바람과 무엇보다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탈시설을 감행했다. 

상연씨는 지금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고, 야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유가 너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탈시설이 가져다준 가장 큰 행복은 결혼이다. 지금의 아내 안정란씨를 만나 가족을 이뤘다. 탈시설을 바라는 장애인들에게 상연씨는 "내가 밖에 나가면 무엇을 하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이 넓어졌다. 밖으로 나와라, 되게 좋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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