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보기 Feb 24. 2016

두려움

다음 사랑에 대한 기도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도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그걸 알지 못할 정도로 어렸고,

그는 그걸 알고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버렸다.

그것은 모든 어긋남의 시작이었다.


나는 자유와 독립과 연애를 원했다.

그는 안정과 가정과 결혼을 원했다.

그는 이 둘이 양립할 수 없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수용해가는 과정은 나에게 또다른 상처였다.

이 모든 건 결국 그와 나의 나이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사람이나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사랑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취해있던 달콤한 꿈에서 깨 환상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리고, 현실이 우선이 되는 그 순간을 다시 대면해야할 일이 두렵다.

누군가는 내가 또다른 시작으로부터 수반될 고통들을 한편으론 모른척 하고, 마침내 또 한 번 상처를 감당하겠다는 용기를 낼 때 다시 내게서 멀어져갈지도 모른다.


다음 사랑은 겁많고 예민한 이런 나를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확실성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