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는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었다. 삶이란 본래 불공평한 것이고, 뒤쳐진 이들은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노력’.
그것은 또 다른 신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세상은 그만큼 내게서 멀어졌다.
어느 날 엄마에게 이십년치 인생계획을 터놓았을 때, 엄마는 내가 귀엽다는듯 쓴웃음을 지으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랬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었다.
정의내리려 할수록 모호해지는 것이 세상이고, 삶이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실패’를 했다.
사법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큰아버지가 비꼬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같은 평범한 사람은 총알이 한 발 밖에 없어. 그 한 발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
나는 그 한 발을 써버린 걸까. 이제 내게 남아있는 총알은 없는 걸까.
흔히 무언가를 그만두고 새로이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그동안 꿈꾸었던 곳이 좋을 것 같았다.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꿈을 이루려는 최후의 발악 같은 건지도.
스물 여섯의 나는 실패했고,
그렇게 유럽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만나게 되었고,
마침내 드디어 진짜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