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불안도 잠시, 고시 공부의 매 순간마다 꽉 막힌 듯 답답했던 머리는 그 여느 때보다 맑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래서 더욱 온 몸에 와 닿는 자유였다.
문득 K가 떠올라서 휴대 전화를 손에 쥐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보고 싶을 거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난 솔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했던 걸지도 몰랐다.
둘 사이 존재했던 십 년의 시간 차이는 단순한 숫자로만 따지기엔 너무 복잡했다
나는 그 사람을 가늠할 수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을 앓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때론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K도 나에게 마찬가지의 것들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히피(hippie)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스물여섯 철부지일 뿐이었다.
공부를 그만두기로 한 내 선택에 확신은 없었다. 선택이란 그저 ‘선택하는 행위’ 그 자체였다.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면 이와 다르지 않겠지.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거나 삶에 대한 어떠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내일도 어제도 아닌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실체다.
K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확신도, 어떤 약속도 없는, 그러나 가끔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그런 관계. 그렇다면 우리도 사랑일까.
스물여섯의 끝에 해피엔딩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