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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Jan 03. 2016

3. 첫번째 목적지

PIANO di SORRENTO.


아무래도 마을 이름에 홀린 것 같았다.

관광거점인 소렌토를 두고 굳이 근처의 작은 마을을 5박이나 머물 곳으로 고르다니, 어리석다면 어리석은 짓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착한 날 저녁 고요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나는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런 곳이었음을 확신했다. 해변가의 높지않은 빌라를 바라보며 그 속에는 영감을 찾아 온 젊은 예술가가 잠시 머물러있는 건 아닐까 혼자 상상했었다.


남부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여행지였다.

몇년 전만 해도 남부 이탈리아를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건 호랑이 굴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행위라고 전해지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굳이 남부 이탈리아를 고집했던 계기는 혼자 여행다니던 여자 분의 블로그 글이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범적인 소시민으로 일생을 살아왔던 나에겐 없는 줄만 알았던 모험심 같은 게 발동했던 것도 같다.


일주일 가량 머물렀던 남부 이탈리아는 호랑이 굴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곳의 풍경은 내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심지어 나는 지난 26년을 이 여행을 위해서 살아왔던거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이런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과거의 크고 작은 힘듦과 고통들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인생은 고(苦)라는 붓다의 말씀을 믿고 따랐건만, 이곳에는 '완벽한 행복'이 존재하고 있었다.

상상해왔던 천국이었다.

아말피 해안 절벽 위의 버스 안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바다라면 빠져 죽어도 행복하겠다.'


나는, 살면서 죽고 싶을만큼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나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을 것이다.


1. 풍경을 보고 다시 이와 같은 행복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거나

2. 행복하게 빠져 죽거나.


어떤 결론이든 해피엔딩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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