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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혜 Sep 28. 2023

슌지를 만난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를 준비하며.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한 단어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중 제일 확실하고 명확한 걸 골라야 한다. 아니 골라도 소용없을 수 있다. 새 영화를 봐야만 한다. 새 영화를 보고나면 질문이 바뀔수도 있다. 시점숏, 드뷔시, 편지와 우산, 벚꽃, 씨디 플레이어라는 사물, 죽음이 남긴 것들과 시차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들, 대사의 배치와 분량, 음악영화라는 장르.... 잊혀진 것들을 부감하고 곱씹는 정서가 <키리에의 노래>에도 녹아있을거라는 두서없는 짐작. 영화를 장악한 이미지,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편집방식...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를 장악했던, 어쩌면 나에게만 특별했을수도 있는 그러나 분명히 하나의 현상이었던 슌지라는 이름.

만날수 있다. 물어볼 수 있다.

평생 만날 일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경하고 존경했으며 내 세계관을 만들어 준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슌지의 영화를 보며 자랐다. 내내 생각하다 영화평론가가 되었다. 직업적으로 영화를 말하는 사람이 되었는데도...그의 영화에 대해 어디에도 쓸 수 없었다. 지면 문제가 아니라 용기가 없었다. 겁이 났다. 내가 감히?감히 내가 슌지를?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국 쓰게 될 것 같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쓰게 될 것 같다. 인터뷰이긴 하지만 그래도 쓸 수 밖에 없는, 쓰게 하는 이유와 사건이 생긴거나 다름 없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자란 꼬맹이가 영화평론가가 되어 부산에 간다. 결국 그를 만나러 부산에 간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되어서. 일을 하러, 물어보러 가야하는데, 묻고 싶은 말은 지워지고 주고 싶은 것만 남는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심장이 자꾸 뛴다.

잘하고 싶다. 당신의 세계에서 잘 자라 당신을 만나러 온 한 사람이 여기 있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덕분에 이렇게 되었다고 그러니까 계속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영원이 있다면 시간의 영속안에서 늘 당신의 팬이고 편일거라고 전해주고 싶다.

전부 다 전해주고, 온전하게 후련하고 싶다. 그래서 이제는 그의 지난 영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털어놓고 싶다.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뒀던 이와이 슌지를 세상에 꺼내놓고 보여주고 싶다. 나의 슌지는 이랬어, 당신의 슌지는 어때?하고 말을 걸고 싶다.

올해 너무 거짓말 같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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