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5일, 서울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바욘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9월6일, 생장드뤼즈에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시작했다. 사전에 계획했던 구간(오비에도~ 히혼)이나 긴급한 때 있었던 몇 번의 버스탑승을 제외하고는 맑은 날이나 억수 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카미노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40일 동안 걸어서 순례길의 목적지(내 목적지는 아니었다)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는 날도 출발할 때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대성당 정면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감격도 갖지 못했다.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중에도 당초 계획했던 대로 무시아와 피스테라까지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산타아고에서 출발해 5일 동안 걸어서 피스테라에 도착하는 날씨가 좋지 않았고, 어두운 새벽에 걷다 보니 길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무사히 순례길을 마칠 수 있었다.
피스테라에서 버스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동해 하루 쉰 다음 파리로 가서 개선문과 에펠탑 등을 구경하고 귀국하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대한 뿌듯함이 컸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먼저, 걷는 중에 필요해서 가져간 물건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매일 새벽 캄캄한 길을 걷는데 필요한 헤드랜턴은 한번만 쓴 후 없어졌고, 햇빛을 막아주던 모자로 어느 알베르게에 놓아 두고 가서 걷는 동안 불편함이 많았다. 헤드랜턴 대신 나중에 조그만 후레쉬를 구입했지만 헤드랜턴만큼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해서 걷는 내내 애를 먹었고, 모자는 마땅한 게 없어서 구입할 수조차 없었다.
히혼에서는, 마땅한 알베르게가 없어서 다른 숙소를 사전에 예약하고 떠났었는데 현지에 도착해보니 너무 비싸게 구한 거였다. 독립된 화장실조차 없는 숙소였는데도 숙박비가 52유로나 됐었다(산타아고에서는 화장실이 딸려있는 숙소가 25유로였다). 그러니 앞으로는 알베르게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리해서 다른 숙소를 예약하지 말고 현지에서 알아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갖고 간 준비물 중에서 양말은 아쉬움이 많았다. 일상생활에서 늘 신던 양말을 별 생각 없이 갖고 간 거였는데, 매일 걷다 보니 빨리 헤졌고 두께가 얇아서 그런지 발바닥도 많이 아팠다. 양말이 부족해 현지에서 2번이나 새로 샀는데, 처음 산 양말은 갖고 간 것보다고 품질이 좋지 않아서 몇 번 신고나니 구멍이 뚫렸고, 두번째 산 양말은 그나마 올 때까지 잘 신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에는 두껍고 질긴 양말을 구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약을 대비해서 갖고 간 비상약품은 비록 사용하지는 않았지만(진통제와 파스는 몇 번 사용하긴 했다), 언제든 준비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밖에 준비물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니 다음에도 이번에 꾸렸던 물건들을 생각하며 준비하면 될 듯하다.
다음 목표는 2년 후, 리스본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포르투갈길을 걷는 것이다. 그 후에 세비야에서 출발하는 은의길을 걷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서 실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감안해, 70세 이전까지만 가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체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으니 두고 보면서 정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60세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해서 20년 동안 10번이나 걸었다고 하고, 알베르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숙박장부에서는 나이를 75세로 기재한 것도 보았다. 그러니 나이 탓을 할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는 꾸준한 운동과 몸 관리가 필수적이란 생각이다.
아무튼, 이제 산티아고 북쪽길은 걷기는 물론 그 기록까지 다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2년 후의 포르투갈길 준비를 철저히 해서 이번보다 더 나은 걷기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잘 끝낸 내가 장하고,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