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산행은 북한산부터

by 이흥재

2023년 1월1일(일)


지난해 12월8일 불암산엘 다녀온 후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산엘 가지 못하다가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첫 산행지로 북한산엘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추워서 산에 가길 꺼렸었는데, 오늘은 기온도 영상으로 오르고 날씨도 좋아서 산에 가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그렇지만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여느 때와 같이 6시 정각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개롱역으로 가서 오금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아침 8시쯤 구파발역에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약간의 한기를 느꼈지만 참을 만했다. 이제 북한산성입구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성입구로 가는 버스는 34번•704번•8772번 등 3개가 있는데, 그중 제일 먼저 온 8772번을 탔다. 역시 일요일이어서인지 등산복 차림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동안에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새해 첫날인데다가 일요일이어서 어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한 건가?


오늘은 오랜만에 갈림길에서 계곡길을 택했다. 다른 때는 약간 멀지만 포장도로를 따라 대서문 방향으로 갔었다. 계곡길은 아직 눈이 쌓여있어서 미끄러울 까봐 조심하면서 걸었다. 그러고 보니 겨울산행의 필수 준비물인 아이젠도 챙기지 않았다. My bib mistake! 다음을 위해 집에 가면 잊지 말고 아이젠을 배낭에 넣어놔야겠다.


계곡길로 접어드니 곧바로 북한산성(北漢山城) 안내표지판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북한산성은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해 돌로 쌓은 산성이다. 길이는 11.6km이며, 내부면적은 5.3km2에 달한다. 북한산성은 축성(築城) 이후 한번도 전쟁을 겪지 않고 현재의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북한산성을 쌓는 것에 대한 논의는 일찍부터 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한양도성(漢陽都城) 배후에 산성을 쌓아 국난을 대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축성은 1711년(숙종37) 이뤄졌다. 논의과정은 길었지만 성벽을 쌓는 데에는 단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벽은 평지•산지•봉우리 등 지형에 따라 높이를 달리해 쌓았다.


축성방법을 살펴보면 계곡부는 온전한 높이로 쌓았고, 지형이 가파른 곳은 그보다 낮게 쌓거나 여장(女墻,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을 올린 곳도 있다. 봉우리 정상부는 성벽을 쌓지 않았는데 그 길이는 3km다. 특히, 성벽 높이를 지형에 따라 달리한 점, 성문의 여장을 한 장의 돌로 만든 점, 옹성(甕城)과 포루(砲樓)를 설치하지 않은 점, 성을 이중으로 쌓은 점 등은 다른 산성과 구별되는 북한산성의 특징이다.


주요 출입시설로 대문 6곳(대서문, 대남문, 대성문, 대동문, 북문, 중성문), 보조출입시설로 암문(暗門) 8곳, 수문 2곳을 두었다. 성곽지대에는 병사들이 머무는 초소인 성랑(城廊) 143곳이 있었다. 성 내부시설로는 임금이 머무는 행궁(行宮), 북한산성 수비를 맡았던 삼군문(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주둔부대가 있던 유영(留營) 3곳, 이 유영의 군사지휘소인 장대(將臺) 3곳을 뒀다. 또한 군량을 비축했던 창고 7곳, 승병이 주둔했던 승영사찰(僧營寺刹) 13곳이 있었다.”

북한산 16분 답사지도.jpg

조금 더 올라가니 최근에 성벽을 고쳐 쌓은 곳이 있고(전에는 이곳에 안내소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철거됐다), 그 옆에 수문(水門)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앞서 북한산성에 2곳의 수문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다.


“이곳은 북한산성에 설치한 2개의 수문 중 한곳이다. 다른 수문은 중성(中城) 지역 계곡에 있다. 수문은 성벽 하단에 문을 내어 성 안의 물을 외부로 흘려 보내는 배수시설이다. 대개는 적의 침투에 대비한 철책시설을 마련해 방어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며, 수문규모다 작을 경우는 수구(水口)라고 했다.


북한산성을 쌓을 때 패장(牌將)이란 기능별 감독관을 뒀는데, 성벽축조를 담당한 ‘축성패장’과 수문과 수구공사를 지휘한 ‘수구패장’도 별도로 뒀다. 이런 사실로 미뤄 수문축조에 고도의 건축기술이 필요했다고 보인다.”


수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오래 전부터 공사중인 조그만 사찰이 하나 있다. 안내문에는 ‘경기문화재자료 제140호 北漢山 西巖寺 文化財 復元’이란 제하에 간략한 안내문이 보인다.


“북한산 서암사는 조선 숙종 37년(1711) 북한산성 축조 이후 한양 북쪽 수구문 일대 산성의 수비를 위한 13개 사찰 중 하나이며, 규모는 133칸으로 팔도 도총섭 광헌(승려)이 창건했다. 서암사는 승려들이 수행하며 훈련하던 호국승병 사찰이었지만 혼돈기인 을축년(1925년 7월) 대홍수로 매몰됐다.

고려 충숙왕 때 첨의 정승을 지냈던 문인공 민지(1248~1326)의 유지가 있던 곳에 창건돼 ‘민지사’라 불렸으나 후에 서암사로 부르게 됐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2006년부터 발굴 및 복원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암사 대웅보전.jpg

겨울의 한가운데여서 계곡에는 얼음과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그 안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북한동역사관’ 앞에 오니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려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이 시간에 내려오려면 얼마나 일찍 올라간 건가? 나보다 최소한 2시간은 먼저 올라갔어야 했다. 아마도 이들의 산행목적은 북한산 정상에서의 해돋이였을 텐데, 그러려면 늦어도 6시에는 산행을 시작했어야 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려오는 사람들의 행렬은 이후에도 북한산 정상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새마을교’를 지나면 길이 다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 길은 ‘보리사’를 지나 북한산 백운대로 가는 최단코스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중성문을 지나 백운대로 가는 길과 대남문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늘은 최단코스를 택해 왼쪽 길로 접어든다.


보리사를 지나 곧바로 이어지는 돌계단 길에는 아직 눈이 꽤 쌓여있다. 오늘은 아이젠도 챙겨오지 못했으니 최대한 조심하면서 산행하는 수밖에 없다. 이곳부터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눈길산행.jpg

계곡을 건너는 곳에 다다르니 오른쪽에 꽤 두껍게 언 얼음경사로가 있고, 젊은 남녀 2쌍이 미끄럼을 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여자가 먼저 미끄럼을 타고 다음에 그 짝쿵이 타고, 이어서 다른 여자가 또 미끄럼 위에 올라왔는데 무섭다고 하면서도 엉덩이를 얼음에 대고 타고 내려갔다. 다른 남자까지 넷이 다 미끄럼을 한번씩 타고 나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미끄럼타기.jpg

서울의 여느 산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산은 어느 코스로 오르든 경사가 심하고 돌이 많아 언제나 조심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더구나 오늘은 얼음과 눈까지 있으니 더욱더 조심하면서 올라갔다.


1시간 남짓 올라갔을 무렵 정상 근처에서 구조헬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무슨 사고가 났나? 그런데 헬기가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비상훈련 중인가? 잠시 쉴 겸 제자리에 서서 헬기를 구경하면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헬기구조.jpg
가파른 산길.jpg

백운봉 암문(白雲峰 暗門)을 지나 백운대로 올라가는 왼쪽 길로 가니 눈이 더 많다. 게다가 날씨까지 풀리면서 살짝 눈이 녹으니 더 미끄럽다. 아이젠 없는 걸 다시 한번 한탄하며 옆에 설치된 가이드 나무를 부여잡고 한 발작씩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그래도 나무데크 계단이 있는 곳은 오르기에 좀더 수월하다. 그렇지만 이내 계단은 끝나고 다시 암벽타기가 시작된다. 게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좁은 길에서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마주치니 제대로 올라갈 수가 없다. 이럴 땐 조금의 위험을 감수하고 가이드가 없는 바위를 오르는 수밖에 없다.


오르는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인지 소방대원들도 나와서 안전산행을 돕고 있었다. 그 대원한테 무슨 일이 있어서 헬기가 출동했는지 물어봤더니 저체온증 환자가 8명이나 발생했었다고 한다. 뭐, 저체온증?


오늘 같은 날씨에? 분명 영상기온인데! 해돋이를 보려고 이곳에서 밤샘이라고 한 건가? 아무튼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 대원에게 좀더 자세한 얘기를 물어보진 못했다.


바위를 파서 만든 미끄러운 계단을 밟으며 백운대로 올라갔더니 정상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다. 아니, 다른 곳보다 더 많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이렇게 쌓여있다니 신기하다.


백운대 정상 좁은 바위 위에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오늘은 그곳까지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서 태극기만 몇 장 찍고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렇지만 오늘은 거기에도 눈이 쌓여 있어서 미끄럽다. 그 밑은 낭떠러지인데,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겠다. 조심스럽게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과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오늘은 정상에서 카톡을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전에는 문자도 보낼 수 없었는데. 아무튼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태극기 펄럭이는 동영상을 한장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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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길만 남았다. 올라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더 조심해야 한다. 아예 가이드레일을 부여잡고 한발씩 내려갔다. 다시 백운봉 암문을 지나 올라왔던 코스 그대로 내려가는데, 바위에 눈이 살짝 덥혀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내려오는 길에 오랜만에 대동사(大東寺)엘 올라가봤다. 특별한 안내문도 없고, 종각과 칠성각(七星閣), 조그만 대웅전(大雄殿)이 다였다. 그런데 종각 옆에 있던 개 한 마리가 심하게 짖어댔다. 다행히 울타리가 있어서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 짖는 개를 달래가며 사진을 몇 장 찍고 하산을 계속했다.


부지런히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도 구파발역 앞에 있는 롯데마트에 도착하니 벌써 낮12시 지났다. 정상에서 조그만 간식 2개만 먹은 후라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 안내판을 보니 혼자서 먹을 만한 게 없다. 전에는 1층에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는지 안내판에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배고픔을 참아가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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