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25일(수) 흐림
오늘은 크리스마스(Christmas聖誕節)다. 이는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프랑스어는 노엘(Noël), 스페인어는 나비닷(Navidad)이다. 엑스마스(X-mas)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X’는 그리스어의 ‘그리스도’ 첫 글자인 X에서 온 것이다.
12월25일을 예수가 탄생한 날로 기념하고 있지만, 성경에는 그 날짜가 기록돼있지 않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제국에 거주하던 당시, 274년부터 동지(冬至)인 12월25일에 ‘무적의 태양 탄생일(Dies Natalis Solis Invicti)’ 축제를 개최했다. 그 후 350년 교황 율리오 1세 12월25일을 크리스마스로 공식 선언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 실제로 태어난 날은 아니다.
아무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크리스마스를 꽤 큰 명절로 기념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한 휴일에 불과하다. 더구나 매일 집에서만 보내는 나로선 휴일과도 무관하다. 하지만, 며칠을 벼르다가 산에 가기로 한 날이긴 하다.
매일 일할 때는 하루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조차 1주일에 한번으로 족했는데, 지난주 말부터 갑자기 일감이 끊기면서 시간이 많이 남게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산엘 가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가기로 한 것이다.
목적지는 불암산(佛巖山508m).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올라갈 수 있는 코스는 여럿 있지만, 오늘도 공릉역에서 출발한다. 2번 출구로 나가, 7시가 지났는데도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찻길을 걸어 원자력병원을 지나 공릉산백세문(孔陵山百歲門)에 닿는다. 1.3km 거리다.
아침 8시가 가까워오는데도 공릉산백세문 주위는 아직도 어둡다. 사진을 찍어도 윤곽만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아직도 길가에 눈이 쌓여있다. 언제 내린 눈이지? 등산화가 낡아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면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간다.
이른 시간인데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그 시간에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까지 올라갔다가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이른 시간에 올라간 건 확실하다. 그리고 이내 날이 밝아온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아직은 좀 음침한 것 같다.
나는 공릉역에서 출발했는데, 이정표는 ‘화랑대역’만 표시돼있다. 그래도 공릉산백세문을 기준으로 거리계산 하면 걷는 거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이정표에 나온 숫자를 완전히 믿을 순 없으니 대략 그러려니 할 정도로만 알면 되겠다. 암튼, 화랑대역까지 2.9km 이정표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네이버 지도를 기준으로 화랑대역에서 공릉산백세문까지는 1km다. 그러니까, 공릉산백세문에서 지금 위치까지 1.9km쯤 걸어온 셈이다. 거기다 공릉역에서 공릉산백세문까지 거리가 1.3km쯤 되니 3.2km쯤 걸은 셈이다. 그 시각이 7시55분이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 7시57분, 서울둘레길과 불암산 등산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의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3km다. 그러니 출발지인 공릉역에서 계산하면 6.2km거리인 셈이다.
등산로 옆에 세워놓은 ‘불암산(佛巖山)의 전설’을 보니,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인데, 어느날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하면서 한양에 남산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래서 남산이 되기 위해 한양으로 출발해 지금 불암산 자리까지 왔는데, 그 사이 남산이 결정되는 바람에 되돌아가려다 그 자리에 머물게 됐다. 그래서 불암산은 지금처럼 서울을 등지고 있는 형세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도 아니고,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세세한 내용까지 기록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다니, 낯뜨겁다. 하긴, 남해군에 가면 금산(錦山)이 있는데, 조선 태조가 아직 조선을 개국하기 전에 이곳을 찾아와 ‘만약 왕이 된다면 이 산을 비단으로 덮겠다’고 기도했단다. 그러다가 정말 왕이 됐는데, 거짓말 할 수 없어 그 산 이름을 비단산(錦山)으로 바꿨다는 전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
‘깔딱고개’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 440m 전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여야 깔딱고개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숨을 ‘깔딱’거리며 지나온 곳이 몇몇 인기 때문이다. 그러니 깔딱고개라고 해 봤자 지금 지나온 난이도와 별반 차이 날 것 같진 않다.
그 사이 불암산성(佛巖山城) 터를 지난다. “신라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며, 평탄한 정상부를 자연지형을 따라 쌓았는데, 부등변(不等邊) 오각형이나 원형(圓形)에 가깝다. 성 둘레는 236m.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설명문에는 이렇게 돼있지만, 흩어진 돌멩이만 보일 산성 흔적은 찾지 못하겠다.
그런데 이상한 건, 조금 더 가서 본 설명문엔 ‘경기도’ 기념물이라고 표기돼있다. 그리고, “<大東地志> 양주조에는 ‘검암산(불암산) 고루는 산 서쪽 봉우리 두 곳에 있으며, 선조 임진년에 쌓은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어, 후대에 개축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 출발한지 2시간 남짓한 9시7분 불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은 다른 산과 달리 정상석이 정상바위 아래 있고, 정상바위 위에는 태극기가 나부낀다. 그래도 정상석부터 사진에 담고, 밧줄을 붙잡고 정상바위에 오른다. 그리 넓지 않은 바위 주위에 아직도 눈이 조금 쌓여 있어 조심스럽지만, 펄럭이는 태극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과 동영상에 담는다.
정상에 올랐으니 커피라도 한잔 해야지. 그런데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내려가는 목적지 상계역 방향 나무데크 계단에 앉아 커피를 한잔 따른다. 용평에 놀러 간 아들이 몹시 춥다는 문자가 왔는데, 여기는 바람까지 잔잔해 추운 줄 모르겠다. 간식을 먹기조차 이른 시간이니 커피만 마시고 이내 내려갈 채비를 한다.
첫번째 만난 이정표에는 상계역까지 2.3km다. 그런데, 내려가면서 본 다른 이정표의 거리는 또 다르다. 물론, 등산코스마다 거리가 다르긴 할 테지만, 정상에서 1.2km 내려온 곳엔 상계역까지 1.9km다. 그러니 총 3.1km인 셈이다. 800m가 늘었다. 그러다가 공사중인 불암정(佛巖亭)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불암산까지 1.5km, 상계역까지 1.75km다. 또 150m 더해졌다. 이러니 이정표에 나온 숫자를 믿을 수 있겠나!
서울둘레길과 만나는 곳에 있는 이정표는 거리가 또 늘었다. 상계역까지 0.9km, 불암산까지 2.5km, 총 3.4km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큰 무리 없이 상계역까지 잘 내려와서 무사히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