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629m)

by 이흥재

2025년 9월9일 화요일 흐림


매주 산엘 가면서도 새벽(5시15분)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다. 수면시간 (최소 6시간)을 맞추기 위해 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침에 2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쉽지 않다. 종주산행을 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지만, 마음가짐이 다를 뿐더러 취침시간도 훨씬 길다(밤9~10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늦게 출발하면 그만큼 늦게 귀가하게 되고 산행을 마무리하는 일기 쓰는 것까지 고려하면 하루가 너무 짧은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아침시간을 당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늘 산행출발지는 사당역이다. 아침에 개롱역에서 5호선을 타고 올림픽공원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를 갈아탄 後 종합운동장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야만 사당역에 갈 수 있다. 그러니 이동시간만 1시간쯤 걸린다.


지도로 산행지도를 보면서 정했던 사당역 4번 출구로 나가니 낯이 익다. 서울둘레길 다닐 때 11코스인 관악산코스 출발지점이라 여러 번 다녔던 길이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관음사(觀音寺)가 나온다.


관음사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포장길을 오르면 관음사에 이른다. 입구에 있는 안내문을 보면, “관음사는 895년(진성여왕9)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비보사찰(裨補寺刹)이다.” 비보사찰은 도선의 비보사탑설에 의해 지정되거나 건립된 사원을 말하는데, 비보사탑설(또는 비보사상)은 나말여초 도선이 수립한 사상체계로, 불교의 밀교사상(密敎思想)과 도참사상(圖讖思想)이 결합돼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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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는 조선시대와 일제 때 일부 개축한 기록이 있지만, 1973년 장기불사계획을 수립하고 1977년 대웅전 개축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불사를 이어갔으며 2005년 관세음보살입상을 조성하고 2007년 일주문 건립함으로써 장기대작불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명부전(冥府殿)에서 출발해 범종각(梵鐘閣)과 삼성각(三聖閣)•대웅전(大雄殿)을 차례로 둘러보고 관음사를 나와 산행을 계속한다. 관음사 옆 나무데크 계단을 오르니 넓은 공터가 있고 그 옆에 오늘 목적지인 연주대까지 3.7km란 이정표가 서있다. 하지만 몇 발짝 옮기니 이번엔 4.2km란다.


어쨌든 돌계단과 나무데크 계단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안가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만 ‘연주대’ 이정표가 돼있다. 그쪽으로 갈까 하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한테 곧장 올라가도 연주대가 나오냐니까 조금 가파르긴 해도 두 길이 만날 거라고 하길래 이왕 땀 흘리러 온 길이니 가파른 길을 택한다.


그런데 오르다 보니 가파른 바위가 연이어 나타난다. 손잡을 곳도 제대로 없어 순전히 등산화의 마찰력에 의지해서 올라가야 한다. 결국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사족보행 하듯 기어서 바위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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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10여분 만에 우회길과 만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행길이 수월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가파른 철계단이 이어진다. 그리고 멀리 연주대 밑에 세워진 송신탑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몇 개의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나니 연주대 600m 이정표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돌아가는 우회길이 있지만 직진하기로 한다. 이정표에는 20분이란 시간도 표시돼있다. 얼마가 걸리나 재봐야겠네!


이정표를 지나 6분만에 관악문을 지나고 다시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연주대가 바로 앞에 보이지만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한 봉우리를 오르면서 이제 끝인가 하면 다시 내려갔다 오르길 반복한다. 그렇게 25분만에 연주대 정상에 올라 관악산 정상석 사진을 찍었다. 이정표에 정해진 시간보다 5분 더 걸렸다. 내가 너무 느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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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 정상석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역광이라 좀 어둡다. 그래도 오랜만에 인증사진 찍은 것만도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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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벤치에 앉아 음료수와 카스타드 한 개를 먹고 옆에 있는 설명문을 읽어보니, “문무왕 17년(677) 의상대사가 관악사(冠岳寺)를 창건하고 연주봉에 암자를 세워 의상대(義湘臺)라 했는데, 지금은 연주대(戀主臺)라 한다. 이는 조선개국 後 고려유신들이 이곳에서 망국의 수도였던 개경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다는 이야기와, 세종대왕 형들인 양녕대군•효령대군이 왕위계승에서 밀려나자 이곳으로 입산해 경복궁을 바라보며 국운을 기원했다는 두 가지 설에 연유한다. 연주대 축대 위에 응진전(應眞殿)이란 법당이 있다. 법당 내부에 석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고, 응진전 옆 암벽 인공감실에 마애약사여래입상이 조각돼있다.”


연주대를 내려오는 길에 부처님오신날 빨간 연등으로 휘감긴 응진전 사진을 한장 찍고, 연주암(戀主庵)까지 내려와 대웅전과 범종각을 둘러본 後 툇마루에 앉아 양갱과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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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암 홈페이지를 보면, “연주암은 677년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했다고 하지만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다만 현존하는 3층 석탑이 고려 후기 양식이므로 꽤 오래된 고찰임은 분명하다.” 하긴, 이런 조그만 사찰까지 그 유명한 신라고승이 창건했다는 게 믿을 수 없긴 하다.


하산길을 두 곳인데, 지난 1월에 내려갔던 왼쪽길은 돌계단이 많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오른쪽으로 내려갔는데, 이번엔 제대로 된 길도 없이 수많은 바위가 이어져 잠시라고 딴 생각을 하거나 한눈 팔았다가는 사고나기 심상인 것 같다.


그래도 1시간 정도 걸려 무사히 하산을 마치고 정부과천청사역으로 가 동작역과 올림픽공원역에서 2번 갈아탄 後 귀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앞에 있는 블루클럽에서 두 달 만에 이발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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