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매봉(582.5m)

by 이흥재

2025년 12월23일 화요일 흐림


을사년(乙巳年) 마지막 산행지는 청계산(淸溪山)이다. 양평에도 같은 이름의 청계산(658m)이 있지만, 오늘은 서울특별시 서초구와 경기도 성남시•과천시•의왕시 경계에 위치한 청계산엘 간다. 청계산 주봉은 망경대 (望京臺 618m)지만, 출입이 금지돼있어 매봉(鷹峰)까지만 갈 수 있다.


망경대는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곳이지만, 성남시정연구원 홈페이지를 보면 망경대에 대한 전설이 소개돼있다. “조선초, 고려 유신(遺臣) 조견 (趙狷)은 조선이 건국되자 관직에서 물러나 매일 이곳에 올라 개성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그의 슬픔과 충절을 담아 만든 노래 <망경대가 (望京臺歌)>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불렸고, 세상 사람들은 망경봉이라 불리던 이곳을 조견의 전설을 기리기 위해 망경대라 부르게 됐다.”


각설(却說)하고, 청계산은 집에서 멀진 않지만 지하철을 타면 2번이나 갈아타야 돼서 꽤 번거롭다. 우선 개롱역에서 오금역으로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양재역까지 가서 다시 신분당선으로 갈아탄 後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간다.


아직은 7시도 되지 않아 주위는 어둡지만, 큰길가에는 가로등과 차량 불빛이 있어 그냥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들면 헤드랜턴은 필수다. 눈을 부릅뜨고 천천히 갈 수도 있겠지만 노면이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모험할 필요는 없다.


조금 올라가다 갈림길에서 오늘은 옥녀봉(375m)을 들러볼 요량으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능선까지 올라가 오른쪽으로 얼마간 가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해가 떠오르려고 멀리 보이는 산마루가 발갛다. 게다가 옥녀봉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멀리 있다. 이참에 빨리 올라가서 일출을 보는 게 낫겠다 싶어 발길을 돌려 매봉으로 향한다.


조금 가다 보니 청계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청계산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산이란 말이다. 청계산에는 원터골•약초샘골•어둔골•청계골 등 계곡이 어느 산보다 많은 편이다. 옛날에는 청룡산(靑龍山)이라고 불렀다. 과천 진산(鎭山)을 관악산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청계산은 좌청룡 (左靑龍)이라 청룡산이요, 수리산은 우백호(右白虎)라 백호산(白虎山)이라 했다.”


계단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에는 조금 다른 내용의 청계산 안내문이 있다. “청계산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고산자 김정호(古山子 金正浩)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려말 문신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이 지은 시가 실려있다.


靑龍山下古招提 청룡산 아래 옛 절
氷雪斷崖臨野溪 얼음과 눈이 끊어진 언덕이 들과 계곡에 잇닿았구나
端坐南窓讀周易 단정히 남쪽 창에 앉아 주역을 읽노라니
鐘聲初動欲鷄捷 종소리 처음 울리고 닭이 깃들려 하네.


한편, 조선초 문인신 변계량(卞季良 1369~1430)도 청계산에 관한 시를 지었다고 한다.


石路千崖盡 돌길은 일천 언덕에 궁진(窮盡)하였고,

香煙一室淸 향 연기는 한방이 맑도다.
客來求煮茗 손은 와서 차 끓이길 구하고,
僧坐自翻經 중은 앉아 스스로 불경을 뒤적인다.
樹老何年種 나무는 늙었으니 어느 해에 심었는고
鍾殘半夜聲 종은 쇠잔하니 밤중의 소리로다.
悟空人事經 空을 깨달아 인사가 끊어졌으니,
高臥樂無生 높이 누워서 생이 없는 것을 즐거워한다.


오늘은 특전용사 충혼비나 매바위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매봉까지 올라갔지만, 해는 벌써 떠올라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붉은 빛만 잠시 보인다. 그래도 정상까지 올라왔으니 정상석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아직은 올라온 사람아 하나도 없다. 다행히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기온도 적당해서 추운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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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매바위에 들렀는데, 멀리 보이는 일출 잔영이 그림 같다. 청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다는 돌문바위를 지나고, 새로 쌓아 올린 소망탑을 지나는데, 그제서야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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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기 전에, 아침에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한 미륵당(彌勒堂)엘 다시 들렀다. 미륵당 앞에는 조그만 3층 석탑이 있고, 안에는 석불입상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나 문이 닫혀있어 내부를 보진 못했다. 지금도 주민들이 1년에 한번씩 동제(洞祭)를 지낸다고 하는데, 이 또한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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