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주여행, 제3일

by 이흥재

2026년 3월19일 목요일 맑음


아침에 숙소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는 맑은데 바람은 아직도 차다. 그래도 비바람 치던 어제에 비하면 한결 낫다. 엊저녁에 사다 놓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8시 반쯤 숙소는 나섰다.


오늘의 첫번째 행선지는 송악산(松岳山)이다. 99개 작은 봉우리가 모여있어 ’99봉’이라고도 하며, 이중분화구(1차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 안에서 2차 폭발이 일어나 분화구가 2개다) 화산지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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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송악산 둘레길을 걷는데, 바람이 거세고 매우 차다. 그래도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있으니 많이 춥진 않다. 해변을 따라 걷다, 분화구가 있는 정상(104m)으로 올라갔다. 옆으로 제1분화구(지름 500m)와 그 내부에 제2분화구(깊이 69m)가 있다는데, 나무들이 앞을 가려 분화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얼핏 보니 아주 깊다. 경사도 매우 급하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서 출입할 수 없게 해놓았나 보다.


이곳은 절벽에 파도가 부딪혀 우는 소리가 난다 해서 ‘절울이오름’이라고도 한다는데, 바람소리 때문에 파도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산방산과 형제섬은 물론 마라도와 가파도도 꽤 가깝게 보였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중국말이 계속 들린다. 그러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중국사람들이 아주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아주 싫어한다는데, 중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하긴, 우리나라로 귀화한 외국인 중에 중국인이 가장 많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결혼하는 비율도 남녀 모두 2위(외국인 아내 국적 1위는 베트남, 외국인 남편 국적 1위는 미국)를 차지하고 있단다.


차를 몰고 다음 행선지인 용머리해안으로 향한다.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옆에 있던 사람이 오늘은 출입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마침 전광판에 안내문에 나오는데, 오늘은 만조시간이라 산책로에 물이 차기 때문에 출입을 막고 있단다. 언제부터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사무실로 전화해보니 오후 2시 이후에 연락해달란다. 그러니까 오전 중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행선지로 가려는데, 아내가 배가 고프니 점심을 먼저 먹자고 해서 사전에 알아봐둔 보말칼국수 집으로 갔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이리저리 가다 보니 언덕초입에 국수집이 있다. 다행히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좁은 주차장이 비어있어서 얼른 차를 주차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보말’은 ‘고둥’을 뜻하는 제주말로, 흔해서 그런지 이곳에서 칼국수 하면 대부분 보말칼국수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식당을 나와 예정에 없던 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로 향한다. 이 폭포는 높이 22m, 너비 12m, 못 깊이 20m며, 연못 속에 신령스러운 용이 살았다는 전설과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제주에 여러 번 왔었지만 이 폭포는 처음 가는 것 같다. 경로우대로 입장료는 없고(일반은 2천원) 주차도 무료다. 폭포로 가는 길도 아주 잘 포장돼있고, 오가는 길이 분리돼있어서 혼잡하지 않다. 하긴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고 평일 이른 시간이라 찾는 사람들이 많진 않다. 다들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고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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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구경을 끝내고 나오는 중에 ‘좌우석벽과 천연사후(左右石壁 天淵射帿)’란 안내문이 보인다. 그 내용이 재미있다. “신들이 사는 천지연은 인간세계 속에 있으면서도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했다. 너무 번잡하고 눈에 띄는 곳은 신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옥황상제는 바다로부터 움푹 들어간 곳에 하늘길을 만들면서, 병풍을 둘러줬다 (左右石壁). 좌우에 자리잡은 커다란 석벽은 인간세계의 거친 바람과 악한 기운을 가려줘 겨울은 따스하고 여름은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신들이 가끔 밤이면 무료함을 달래고자 한쪽 석벽에서 다른 석벽을 향해 활쏘기를 했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엿보게 된 사람들은 그 놀이를 신비롭고 대단하게 여겨 그것을 따라 했다. 이것이 ‘천연사후’다.”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정방폭포(正房瀑布)로 간다. 이곳은 천제연• 천지연폭포와 더불어 제주 3대 폭포며, 높이 23m 너비 8m 깊이 5m에 달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또한 정방하폭(正房夏瀑 여름철 시원하게 떨어지는 정방폭포 물줄기)은 영주10경(瀛州十景)에 포함되며, 진시황의 사자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제주에 왔다가 이곳을 지나면서 ‘서불과차(徐市過此)’란 글자를 암벽에 새겼다는 전설이 남아있고, 이로 인해 ‘서귀포(西歸浦)’란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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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포는 접근성이 좋진 않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큰 바위투성이인 바닷가를 걸어야 한다.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길이다. 하긴 길이랄 것도 없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폭포모습이 좀전에 본 천지연폭포보다 못한 것 같다. 수량도 많지 않는데다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물이 떨어지면서 흩날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경로우대로 무료로 구경했다.


다음에는 쇠소깍으로 갔다. 이곳은 원래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쇠둔’이라 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쇠소’는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라고 한다. 그런데, 사진에서 봤던 모습만큼 아름답진 않다. 테우나 카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잠시 구경하고 쇠소깍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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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제주동백수목원이다. 주차하고 매표소로 갔더니 표 파는 여자가, 지금은 동백꽃이 많이 떨어져 할인해서 입장권을 팔고 있으니 들어가든 말든 선택하라고 한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동백나무라도 볼 요량으로 입장료 4천원(정상가격은 경로할인 6천원)을 내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동백꽃을 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지만, 아름답게 가꿔놓은 동백나무들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였다. 다만, 생각만큼 넓진 않아 돌아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팜플렛을 보니, 할머니가 1878년 처음 위미동백나무 군락지를 만든 이후 1977년 손자가 동백수목원으로 발전시켜 4대째 운영해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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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제주민속촌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입장권을 끊기 위해 매표소로 갔는데, 입장료가 꽤 비싸다 (경로할인 13,000원). 게다가 내부를 다 돌아보려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아내는 그만큼 걸을 자신이 없다고 해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예약한 숙소(리시온 호텔)로 갔다.


그런데 숙소가 어제 묵었던 곳보다 너무 열악하다. 1회 용품이 하나도 비치돼있지 않고, 샤워시설도 빈약하다. 아마도 주변에서 너무 저렴한 숙소를 찾다 보니 그랬나 보다. 그래도 하루 묵어가기엔 그럭저럭 불편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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