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년전인 2018년 9월,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가운데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2018년 기준 57%)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을 걷기 위해 파리를 거쳐 프랑스 남쪽 바욘(Bayonne)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프랑스길 출발지인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또 하루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만난 카미노(Camino, 스페인어로 ‘길’이란 뜻이지만, 순례길을 지칭하기도 한다)를 걸었던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고 나면 반드시 다시 걷고 싶어질 거라고 얘기했었다.
그때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다음날 피레네 산맥을 넘어 생장피드포르에서 24km 떨어진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en euskera Orreaga], euskera는 ‘바스크어’란 뜻의 스페인어. 바스크어로는 euskara)에 도착했을 때는 발목이 삔 것처럼 아프고 온몸이 쑤셔서 괜한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카미노를 하루하루 걷는 동안 몸은 힘들었지만, 카미노를 다시 올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36일만에 순례길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하고, 다시 4일을 더 걸어 세상의 끝이라고 알려졌던 피스테라(Finisterre [en gallego y oficialmente: Fisterra], gallego는 ‘갈리시아어’란 뜻의 스페인어. 갈리시아어로는 galego)까지 다녀오고 나서는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해 10월말 카미노 걷기를 마치고 귀국한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카미노에 다시 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느 길로 갈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순례자 사무소(https://oficinadelperegrino.com/)에서는 매년 순례자 통계를 발표한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17만9천명의 순례자 중 프랑스길과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을 걸은 순례자들이 각각 55%와 23%로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나머지 순례자들은 북쪽길(Camino del Norte)과 영국길(Camino Inglés)프리미티보길(Camino Primitivo) 등을 걸었다.
이 가운데 관심이 가는 카미노는 북쪽길과 포르투갈길 그리고 은의길(Vía de la Plata) 등인데, 포르투갈길은 포르투갈 리스본(Lisbon, 포르투갈어[Português]로는 Lisboa)에서 출발하는 642km(해안길[Camino Portugués de la Costa] 기준) 거리의 길이고, 은의길은 스페인 세비야(Sevilla)에서 출발해 982km를 걸어야 하는 길이다. 특히, 은의길은 남북방향으로 걸어야 해서 기온변화가 심한데다 숙소나 식당 등 편의시설이 별로 없어서 걷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2021년 기준2.2%).
그래서 북쪽길을 먼저 걷기로 결정하고 지난해(2021년) 다녀오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때문에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어 언제 다시 카미노를 걸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가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올해 9월 드디어 북쪽길을 걷기 위해 출발하게 됐다.
그러나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북쪽길에 대한 정보가 프랑스길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물론 외국어로 된 자료들은 많지만 읽을 수가 없어 포기하고 나니, 국내에서 발행된 책자는 2가지 정도가 전부였다. 그 중 <산티아고 북쪽길(El Camino Norte de Santiago)>(Antón Pombo 著, 2013.11 이강혁 譯 원제: El Camino de Santiago en tu Mochila : Camino Norte)은 단행본이 품절되고
이북(e-Book)만 인터넷 서점에 있었는데, 그마저도 얼마 후에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북을 찾아 읽어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맞닥뜨린 문제는 루트 선택이었다. 북쪽길에는 해안길(Camino de la Costa)과 프리미티보 길이 있는데, 역사적인 의미를 찾는다면, 9세기에 성인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Santiago])의 무덤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스투리아스 왕국(Reino de Asturias)의 알폰소2세 국왕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처음으로 걸어갔다는 프리미티보 길을 걸어야겠지만, 바다를 보며 걷는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해안길로 정했다.
북쪽길의 일반적인 출발지는 이룬(Irún [en euskera, Irun])이지만, 바욘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욘에서 이룬 방향으로 28km 정도 떨어져 있는 생장드뤼즈(Saint-Jean-de-Luz [basque : Donibane Lohizune])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인 비다소아 강(río Bidasoa)을 건너는 산티아고 다리(Puente Internacional de Santiago)를 지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길을 걸을 때 피레네 산맥에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무심코 지나쳤던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북쪽길 출발지인 생장드뤼즈로 가는 방법은, 인천공항에서 파리 드골공항(Aéroport de Paris-Charles-de-Gaulle)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몽파르나스 역(Gare de Paris-Montparnasse)으로 이동한 후, 기차로 바욘에 도착해 하루 묵고, 다음날 바욘 대성당(Cathédrale Sainte-Marie de Bayonne)에서 순례자여권(Credencial)을 발급(2유로)받은 후 기차로 가면 된다.
처음 북쪽길을 걸으려고 했을 때는 일반적인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만 가려고 했지만, 자료를 찾아보면서 스페인의 또 다른 땅끝마을인 무시아(Mugía [en gallego y oficialmente Muxía])에 대한 매력이 느껴져서 그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전설에 따르면, 거친 파도로 사고가 많아 ‘죽음의 바다(Costa de la Muerte [Costa da Morte oficialmente y en gallego])’로 불리던 이곳에 야고보가 선교하려고 도착했을 때, 마을주민들은 “예수는 잘 모르겠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신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성모마리아가 돌배를 타고 와서 선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야고보를 도와주면서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테니 이곳에 성당을 지으라”고 말해, 성당(지금도 이곳에 바르카 성소[Santuario de la Virgen de la Barca]가 있다)이 건립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무시아까지 걷고 난 후 다시 아쉬움이 남아 이번에는 무시아에서 피스테라까지 28km를 마저 걸었다. 이로써 순례자들이 많이 가지 않는 피스테라와 무시아 카미노(Camino de Fisterra y Muxía)까지 완주하게 됐다.
이제 45일 동안 북쪽길 걷기를 무사히 마쳤다. 지금부터는 2년 후로 예정된 포르투갈길 걷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스페인을 남북으로 잇는 은의길도 있지만 정보가 적고, 순례자숙소(Albergue)나 편의시설이 많지 안다고 하니 선택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래도 포르투갈길은 프랑스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다고 하니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