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5일(월) 서울 ~ 파리 ~ 바욘
산티아고 북쪽길 출발을 앞두고 태풍(힌남노, 라오스의 국립공원 이름이다)이 북상하고 있어서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비행기가 뜨지 못할 까봐 걱정했었다. 밤 1시10분 비행기를 타야 해서 집에서 9월4일 저녁 9시쯤 출발하려고 했는데, 조바심에 더 일찍 집을 나섰다.
네덜란드항공(KL862편)을 타려면 인천공항 제2터미널까지 가야 했는데,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가다 공덕역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타고 총 2시간이 걸렸다. 밤 11시쯤 제2터미널 3층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항공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여권을 스캔할 수 없어 포기하고 창구로 가서 발급 받았다. 항공권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갈아타는 것(AF1241편)까지 한장에 인쇄돼 있었다.
출발시간까지는 많이 남아 있었지만 밖에서는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곧바로 보안수속을 받고 탑승장 안으로 들어갔다. 게시판을 보니 이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는 한대 뿐이어서, 출국장인 255번 게이트에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핸드폰에 저장해온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탑승이 시작되는 12시30분부터 사람들이 모이길래 가보니 좌석 순서대로 탑승하고 있었다. 즉, 1등석과 비즈니스석이 먼저 들어가고 이코노미석은 뒷자리부터 탑승해야 해서 Zone5(19D)인 나는 마지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파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암스테르담에서 갈아타야 한다. 물론 직항도 있지만, 보다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해서다. 암스테르담까지는 13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렇지만 먹고 자고 즐기면서(영화보기) 가면 그렇게 지루하진 않다.
암스테르담에는 현지시간 아침 8시쯤 도착했다. 이곳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는 9시30분 출발인데, 9시부터 탑승을 시작해 9시10분이면 마감한다고 안내돼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환승창구로 갔는데 대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보안수속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너무 성의가 없다. 불친절한데다 행동도 너무 느렸다. 나름대로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서겠지만 탑승객을 위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느리게 진행되다 보니 이러다가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도 걱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꽉 채워 보안수속을 마치고 탑승장(C5)을 찾아가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공항직원인 듯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층 내려가라고 했다. 부지런히 탑승장을 찾아가는데, 이번엔 입국수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권확인만 하면 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지만, 이곳 역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공항직원이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해줘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탑승을 완료해서 탑승장은 텅 비어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늦진 않았다. 비행기 입구에 도착하니 자리잡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어렵사리 짐을 선반에 집어넣고 자리에 앉았다. 통로와 연결된 자리라서 불편함 없이 들락거릴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비행기가 이륙한 것은 9시50분쯤이었는데, 40분만에 파리 드골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이제 몽파르나스역으로 이동해 오후 4시10분에 출발하는 바욘행 기차(TGV)를 타야 해서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러 가다가 간이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서 기내에서 준 물과 함께 먹었는데, 바게트가 너무 질기다. 한국에서 먹는 바게트는 바삭한데, 유럽에서 먹는 바게트는 딱딱하거나 질기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이 바게트를 즐겨 먹는 걸 보면 신기하다. 물과 함께 바게트를 먹으려니 더 힘들다. 역시 바게트(피자나 햄버거도 마찬가지)는 탄산음료를 마시며 먹는 게 제격이다.
점심을 먹고 몽파르나스역으로 가는 전철 티켓을 사러 내려갔더니 발권기 앞에도 줄이 길다. 지난 2018년 프랑스길을 걷기 위해 왔을 때는 비교적 한가했는데. 내 차례가 되어 발권기 앞으로 갔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금액(10.3유로)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서 작동법을 모른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래서 주위에 있던 직원을 불러 도움을 받았더니 역시 그 금액대로였다.
공항에서 몽파르나스역까지는 한번 갈아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된다. 그렇게 역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반쯤. 역 주변은 특별한 구경거리도 없는 데다가 배낭도 무거워 많이 돌아다닐 수도 없다. 그렇다고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 그저 역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앉을 자리를 찾아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여기는 배터리를 충전할 곳도 마땅히 없고, 또 언제 방전될 지도 알 수 없어서 마음 놓고 동영상을 볼 수도 없었다.
몽파르나스역에서 바욘 가는 기차는 예약정보만 갖고 있었는데, 탑승하려고 보니 바코드나 탑승권이 필요하다며 창구로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창구로 가니 여기도 또 줄이 길다. 이대로 기다리다가는 기차시간을 맞출 수 없겠다. 그래서 앞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니까 마뜩치 않아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는데. 마구잡이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창구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그냥 탑승구로 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탑승구로 갔더니 그곳 직원이 막았다. 결국 옆에 있던 직원이 여권으로 예약정보를 확인한 후에야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이곳도 예전엔 예약정보만 갖고 기차를 탔었는데, 지금은 검표한 후에 탈 수 있도록 해놨다.
우여곡절 끝에 몽파르나스역에서 산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으며 4시간 정도 달려 바욘역에 도착했다.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전에는 역 근처에 숙소(Premiere Classe Bayonne)를 예약해서 찾아가기 쉬웠었는데, 이번에는 가격이 저렴한 숙소를 찾다 보니 역에서 2.4km나 떨어진 곳이라 지도를 보면서 30분이나 걸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를 예약할 때 답장을 받기로는 ‘밤 9시 이후에 도착하면 직원이 없으니 키오스크에서 숙박비를 결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도착해서 직원에게 숙박비를 지불했다. 그런데 카드키를 받아 방으로 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직원한테 가서 얘기하니 그 직원이 따라왔지만, 역시 되지 않았다. 잠시 후 다른 직원이 다른 카드키를 가져와 무사히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하루였다.
오늘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지만 너무 늦어서 속옷과 양말만 빨고 샤워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