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6일(화) 바욘 ~ 생장드뤼즈
어제 체크인 때, 6시30분부터 아침식사(숙박비에 포함)가 가능하다고 해서 6시15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세수만 간단하게 하고 식당으로 갔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 아침식사는 간단했다. 몇 가지 빵과 시리얼잼요거트와 우유오렌지주스커피 등의 음료가 준비돼있었다. 빵은 바게트와 식빵 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걸로 2개와 발라먹을 잼,, 우유와 오렌지주스요거트 그리고 커피를 가져와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가 배낭을 챙겨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성령다리(Pont Saint-Esprit de Bayonne)를 건너 바욘 시내를 지나 바욘 대성당(Cathédrale Sainte-Marie ou Notre-Dame de Bayonne)으로 갔다.
아침 9시 전인데도 대성당 문은 열려있었다.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성당 안을 구경하다가 직원이 오길래 순례자여권(Credencial)을 발급받고 싶다고 하니, 9시부터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될 때까지 성당구경을 좀더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성당 안에서는 모자를 쓰면 안된다고 했다. 이런, My Mistake!
9시가 거의 되어 순례자여권을 발급하는 곳으로 가니 누군가 벌써 와서 먼저 발급받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려 자리에 앉아 한국에서 발급(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협회에서도 순례자여권을 발급해준다)해온 순례자여권에 대성당의 스탬프(스페인어로 세요[sello]라고 한다)를 찍은 후, 다시 순례자여권을 발급받겠다고 하니 왜 또 받으려고 하냐고 하길래 기념으로 보관하고 싶다고 했더니 순례자여권을 발급해주고 스탬프도 찍어줬다.
대성당을 나서면서 낯선 장면을 봤는데, 날이 밝았는데도 성당 입구에 노숙자가 누워 잠자고 있고 반려견인 듯한 개가 지키고 있었다. 그 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고 무심히 앉아만 있었다.
바욘 시내를 조금 구경하다가 바욘역으로 가서 예매한 승차권을 발급해달라고 하니 이메일로 보낸 바코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아, 그건 준비 못했는데(나중에 확인해 보니 핸드폰에 저장돼있었는데 찾질 못했던 거다)! 게다가 이메일도 되질 않아 어쩔 수 없이 5.5유로를 내고 승차권을 다시 발급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한번 Mistake! 그나마 조금 빨라가는 기차(11:06)는 좀더 비싸서 당초대로 11시30분 기차표를 샀다.
바욘역 승강장에서 앙다이(Hendaye)로 가는 기차를 탔다. 바욘에서 이번 순례길의 출발지로 정한 생장드뤼즈까지는 25분 걸리는데, 중간에 비아리츠(Biarritz)와 게타리(Guéthary)에도 정차했다.
생장드뤼즈역에 내리니 엄청 덥다.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30도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뜨겁지! 낮 12시가 거의 되어서 먼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길을 건너 피자가게에서 소고기 피자와 콜라를 주문했는데, 피자는 너무 짜고 콜라는 시원하지 않아 먹기에 불편했다.
식사를 마친 후 라벨(Maurice Joseph Ravel, 볼레로[Boléro]의 작곡자)의 생가를 찾아가기 위해 식당에 있는 손님에게 약도를 보여주니 왼쪽으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갔더니 바다 건너에 라벨 생가와 생 비센테 성당(Église Saint-Vincent de Ciboure)이 보였다. 어, 여기가 아닌데!
대신에 그곳에는 1660년 루이 14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오스트리아의 앤 여왕이 묵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메종 인팡트(maison de l'Infante)가 있었다. 길을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잘못 가르쳐주면 어쩌라는 거야!
라벨 생가 구경은 포기하고 생장드뤼즈의 알베르게(Accueil Pèlerins Sainte-Elisabeth)를 찾기 가기 위해 생장드뤼즈역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역 앞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알베르게가 나와있는 약도를 보여주니 앞에 보이는 길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직선도로가 아니었다. 그래서 길가에 나와있는 마을주민들에게 몇 번씩 물어가며 알베르게를 찾아갔더니 아직은 오픈 시간(오후3시)이 한참 멀었는데도(그때는 낮 1시 반쯤이었다) 이미 한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주인이 와서 문을 열어주면서, 아직은 오픈 시간이 아니니 배낭만 안에 두고 시간에 맞춰 다시 오라고 했다.
알베르게를 나와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좀 전에 갔던 메종 인팡트 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알베르게로 곧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그걸 몰라서 역으로 갔다가 빙글빙글 돈 거였다. 몰랐으니 어쩔 수 없지!
돌아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물과 오렌지를 사고 2시 반쯤 다시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여자 순례자 둘이 기다리고 있고, 뒤이어 여러 순례자들이 왔지만 아직 오픈 전이었다.
오후 3시 조금 전에 알베르게 문을 열어줬다. 인터넷에는 이 알베르게의 침대가 10개 뿐이라고 했는데, 대기하는 순례자가 벌써 11명이나 있었다.
주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한 사람씩 차례대로 신상정보를 적은 후에 샤워장과 빨래터 위치를 알려줬다. 가장 안쪽에 있는 침대에 배낭을 내려놓고 샤워부터 한 다음 빨래를 하러 갔는데, 2개 뿐인 빨래터는 이미 먼저 온 순례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빨래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었던 옷과 수건을 빨아 널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매일 빨래하고 그걸 말려서 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서둘러야 한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샤워도 빨래 해야만 한다. 입었던 옷은 물론 사용한 수건까지 빨아서 말려야 하니까.
빨래를 모두 널고 식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데 젊은 순례자 둘(커플인 듯했다)이 와서 침대를 바꿔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그 사람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부탁을 들어주게 되면 내가 너무 불편할 것 같아 거절했다. 어쩌면 내 욕심만 채우는 것 같지만 순례길에서 가능한 한 내 컨디션을 자 관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카미노 걷기를 시작해야 한다.
저녁식사는 낮에 봐뒀던 카페로 가서 햄버거를 사 먹으려고 했었는데, 저녁시간에 가니 파니니만 된다고 했다. 그런데 파니니가 뭐지? 설명을 들어봐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파니니[panini]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였다). 어쩔 수 없이 낮에 갔던 슈퍼마켓에 다시 가서 샌드위치와 빵을 사다가 숙소에서 먹었다.
내일 아침식사는 7시15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조금 늦긴 하지만(보통은 6시에 일어나 곧바로 출발하는 편이다) 걷다가 마땅히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이 없을지도 모르니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고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