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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Jul 29. 2016

버티는 게 맞는 걸까

15살 때가 더 현명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초, 중학교 때 순수하게 그렸던 나의 꿈이 맞는지도 모른다.

허무맹랑할지도 모르는 여과지 없이 그대로 떠오르는 생각, 있는 그대로 좋아했던 그것들.

하지만 점점 부모님과 어른들의 시선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쁜 이미지면 숨기고 남 보기에 그럴듯한 껍데기를 덮어 쓰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살았다. 내가 즐겁고 좋아하는 활동은 그게 무엇이든 밤을 세도 피곤하지 않은데, 남의 시선을 생각해서 의지로 한 일들은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만다. 

어느 날 돌아보면 무기력하고 지친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어느 새 마리오네트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뛴다. 이유도 모른 채 남들이 뛰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없어'

'4년제 대학은 나와야지'

'회사는 오래 버틸수록 좋아' 

'회사 자주 옮기면 이직할 때 구하기 어렵다'

'회사 잘 다니다가 적당히 결혼해서 사는 게 행복이야' 

'결혼 안 해? 좀 더 지나면 사람 만나기 힘들어'


뛴다. 이유도 모른 채 남들이 뛰니까. 충고한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본 적도 없으면서.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회사 이 편견의 집합체에서 10년 넘게 적응하면 본래의 순수한 감정과 상상력들은 많이 움츠러들어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의기소침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 다른 사람의 의견이 너무 머릿속에 많아서 진짜 내 생각은 자리를 못 찾고 숨어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의견, 교수님이 하신 말씀, 상사가 했던 말, 친구가 했던 말, 유명인들의 말 등등이 마치 내 생각인 척 둔갑하고 머릿속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진짜 내 생각이 가끔씩 고개를 빼꼼 내밀지만 이내 소심해져서 '과연 될까?' 생각하다가 쏙 들어가 버린다.   


가끔씩 불쑥 드는 멋대로 하고 싶은 생각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소망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하고 메모해두자. 

참다 참다 답답해서 머리를 내민 진짜 '내' 생각일지도 모르니까. 어느샌가 자꾸 사라지는 소중한 그 녀석.

지금 남몰래하고 있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진짜인지도 모른다.


상상해본다. 내가 재밌는 것들로만 채워진 하루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면 잘하게 되고 돈도 벌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인들도 몰라서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나부터 말이다. 


무조건 버티는 게 맞는 걸까


회사를 일단 들어가면 오래 다녀야 좋다는 통념이 있다. 자주 이직을 하는 사람은 적응을 못하고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면접을 볼 때 불리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어도 버틴다. 

어떤 한 가지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인내심', '성실함', '잘 변하지 않는 사람' 은 이제까지 회사에 어필할 때 필수항목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의성의 시대고 개성이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을 바꾼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직이 잦은 사람은 규모가 있는 회사의 면접을 볼 때 트집거리가 되곤 한다. 뭔가 앞뒤가 안 맞다.

(실제로 최근에도 모 대기업의 면접 때 잦은 이직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한 명의 사람을 뽑기 위해 여러 사람을 면접 본다. 역시 지원자도 여러 군데 붙어서 선택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한 번 들어간 회사라고 해서 꼭 나랑 잘 맞고 좋은 회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작은 회사도 다녀보고 큰 회사도 다녀보고 프리랜서도 해보고 쇼핑몰도 해보고 여행도 다니고.. 젊었을 때 겪어보는 것은 한 인간의 삶을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는데,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는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자꾸 머릿속에 떠다니는데 참고 버티고 오늘도 만원 버스에 수십 명의 사람들과 영혼 없는 길을 함께 하는 일. 그것만이 길은 아니다. 다른 사람 다 걷는 길을 걷고 재미는 없지만 버티는 것, 인생을 사는 방법이 꼭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영혼 없이 하는 일들을 떼 버리고 진짜배기들만 남기겠다.

두근거리는 것, 그것을 실행에 옮길 때의 그 희열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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