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 Sep 14. 2016

한 번쯤은 마음 가는 대로.

인생에 한 번쯤은 계획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계산하지 않고 예측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순도 100%의 마음대로 해본 적인 있었나?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그것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인 줄 알았다. 중, 고등학교 때는 만화책을 사랑했지만 시험기간에는 보지 않았고, 입시를 앞두고는 관심을 아예 끊어버렸다. 그로 인해 내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입시에 방해가 되었기에 그때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나의 독한 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강한 의지를 자랑스러워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마음을 접거나 눌렀다.

과제를 하기 위해 남자 친구에게 마음을 쏟지 않았고 때로는 그럼 감정이 방해가 된다고 여겨 억누르기도 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지지는 않았다. 대학교 때는 전공이 나의 적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때까지의 노고가 아까워 전과를 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았다. 늘 다음을 생각하고 목표를 생각하며 현재의 충동이나 마음을 절제했다.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뭘까?


정말 해야 하는 일인가? 누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정해놓았을까? 고등학생이라면 해야 하는 일 10가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정해져 있는 것처럼 살았다. 대학생이라면 해야 하는 토익과 어학연수, 과제에 충실하게 살았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해야 하는 일들의 정체를.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다. 단체와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추어 살려고 애쓴 시간들은 가짜의 삶을 산 시간으로 느껴진다.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왜 그랬지? 일단 유명한 대학 간판을 따면 그다음엔 뭘 해도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할 자신감이 없어서 방패를 미리 만들어놓으려고 그런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그 느낌을 갖고 싶었다. 나 스스로 그 느낌을 가질 수 없어서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대학을 가서 그 느낌을 느끼려고 했고 늘 예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고 많은 에너지를 썼다.


중요한 순간마다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을 해버렸고 이는 끊기 어려운 습관과도 같았다. 그래서 가끔씩 돌아보면 ‘나’는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 공허함이나 우울감을 느끼고는 했다. 타인의 평가와 인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나 스스로를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늘 거울을 보고 내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sns에 멋진 모습을 올려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것도 다른 사람이 없으면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인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선택들이 꼭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요소들을 충족시키며 살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행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금도 무엇을 하려고 할 때 머릿속에 울리는 그 생각. '해도 될까?' 누군가의 허락과 인정이 있어야지만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겹게 떨쳐버리고 싶은 그 생각. 내 머릿속에 내가 아닌 누가 살고 있는 건지 나 자신의 생각은 너무 작아져버렸다.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타인의 목소리를 잠시 잊고 묻혀있던 내 생각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내버려 두기 위해서이다. 혼탁한 물을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걸러지며 맑은 물이 드러난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복잡한 사회에서 타인의 말을 듣고 흐름을 따라가느라 내 마음속 목소리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 웬만해서는 좀체 나오지 않는다. 아주 예민하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주인인 내가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받아주지 않으면 쏙 들어가 버린다.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보며 영화 내용은 이해를 못해도 와 닿았던 대사가 있다.

"머리보다 가슴을 따르겠어요"


나는 그렇게 인생을 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실로 내 몸이 묶여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굳어져버린 습관, 생각의 패턴 또한 그렇게 습관처럼 굳어져서 인 것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으니 모아놓은 돈으로 잠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의무감도 내려놓고 순수한 내 호기심이 올라오도록 나를 내버려두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정시 퇴근합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