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퇴근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왜 우리는 정시퇴근을 하며 눈치를 보는 걸까?
일한 지 1~3년까지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야근에 주말출근도 많이 했었고, 몽롱한 상태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채로 피폐한 삶을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두었었다. 그 후로도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정시퇴근을 해왔고 회사와 나를 구분해서 생각해 버릇하게 되었다. 원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기는 했지만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 탓에 스스로를 야근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깨닫고 조절하려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다니고 있는 회사는 6시 퇴근인데 매일 6시 5분에 컴퓨터를 끄고 퇴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더 있다가 가는 것 같다. 이 회사는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6시에 딱 맞춰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솔직히 끝나자마자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 회사들의 뿌리 깊은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탓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단독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이 없다거나 의리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한다. 또한 무엇이든 빨리 결과를 내고 시간을 단축하려 일정을 빠듯하게 잡는 바람에 그에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서운 것은 시간이 지나고 습관이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야근을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찾지 않는 권리는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회사'는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는 회사에 소속되어 회사의 이윤창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서 일정한 금액의 월급을 받고 있다. 우리가 만약 수당 없이 하루 3시간 초과근무를 5일 동안 했다면 15시간, 그러니까 2일 치의 초과근무를 한 셈으로 주 7일 근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2일 치의 돈은 어디로 갔나? 한마디로 회사 입장에서는 공짜로 부려먹고 돈 굳은 것이다. 이것을 노동착취라고 한다. 일이 많으면 인원을 충원하거나 애초에 가능한 범위의 일을 맡겨야 하는데 군말 없이 해주면 얼렁뚱땅 넘어가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회사의 이기적인 욕심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착취당하고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까. 그렇게 야근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또 욕먹는 적반하장의 경우도 파다하고 말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직원과 회사의 관계에서도 성립한다. 야근을 해주는 직원에게 고마워할까? 계속되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정시 퇴근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직원을 존중해준다.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세상에 이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배짱도 필요하다.
1. 존중받을 수 있다. 윗사람이 만만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야근할 일이 있을 때도 조심스럽게 부탁할 것이다.
2. 퇴근 후 5-6시간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즐거운 일을 찾거나 투잡을 할 수도 있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삶의 질과 만족감이 달라진다.
3. 자신감이 생긴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순응할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 힘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 것이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준다.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탓하는 일이 줄어들어 심적으로도 덜 지친다.
4.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해진다. 집에 가서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으며 스트레스가 줄어 안색이 한 층 밝아진다.
5.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 낮시간 동안 맑은 정신으로 집중해서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생활화된 사람보다 일의 퀄리티도 더 좋을 수 있다.
1. 내가 받는 월급은 하루 8시간 기준이고 그 이상은 노동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2. 정시 퇴근하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다.
3. 야근수당을 지급하거나 대체휴무 없이 야근, 주말출근을 요구하는 회사는 노동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4. 과도한 충성심으로 회사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회사가 나보다 훨씬 부자이다.
5. 나부터 정시퇴근을 해야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낼 수 있다.
6. 정시퇴근을 하는 등 뒤로 따가운 눈총이 느껴지는가? 절반은 착각이며 그 문만 넘어서면 아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장 나 한 사람부터 실행하면 다른 사람도 조금 더 쉽게 퇴근할 수 있게 되고 정시 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전체적인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지 말고 한 번만 용기를 낸다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행복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니 각자 사무실에서 선구자가 되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