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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r 31. 2016

잘 팔리는 심리학 책들의 함정

치트키를 치고 게임에 임하겠다는 생각

턱걸이를 잘 하려면 무턱대고 철봉에 일단 매달려야 한다. 그치만 '턱걸이도 못하는 놈이 철봉에 매달린다'는 눈총을 받기 싫어서 이두를 단련하고, 다른 신기한(?) 운동기구들로 '턱걸이에 쓰이는 근육들'을 키우려 한다. 허나 물어보라, 모름지기 턱걸이를 잘 하려면 철봉에 매달려야 한다. 매달린다고 당장 올라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매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매달리는 시간을 늘리고 늘리다 보면 한 번 올라가고, 금새 개수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심리학 콘서트'나 '시크릿'을 비롯한 책들을 읽다 보면 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다. 물론 스스로 무슨 정신병에 걸렸거나 혹은 원래 불평이 많기에 이러는 것일수도 있다. 허나 '잘 팔리는' 심리학 책들을 보면 철봉에 매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이두박근만 열나게 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고, 우울하면 무엇인가 활동적인 걸 하고, 연애를 잘 하려면 그만큼의 많은 경험이 필요하지, 책 한 권 읽음으로써 퉁 칠려는 건 요행이자,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치트키다. 조금 가벼워 보이는 심리학 책들, 정확하게 말하면 '심리학'이라는 것에 발만 살짝 담군 채 희망찬 멘트들로 유혹하는 책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포인트를 생각하자면, '이 한 권의 독서'로 직면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보겠다는 한탕주의에 있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하기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더욱 더 자극적인 컨텐츠가 나온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보자. 얼마전까지(지금도 계속되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핫한 책은 '미움받을 용기'였다. 오죽하면 미움받을 용기에 대한 해설서(?)같은 책들도 팔리겠나. '위로'라는 키워드는 최근에 부상한 것이지만, 역시나 야밤의 치킨처럼 구미를 당기는 컨텐츠는 '내 힘듦이 남들도 다 겪는 것들'이라는 피상적인 위로 글귀의 모음보다는 '남들에게 굳이 들키지 않고, 또 병원에 가지 않고서, 내 스스로 날 진단하고 남몰래 해결한 후에 짠~ 하고 나타날 수 있는 방법론'일 것 같다. 그래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가만히 관찰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닥터 프로스트처럼 상대의 작은 행동 단서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 말이다. 힐링이 뜨면서 조금은 희석되버렸지만, 서점 컴퓨터에서 '심리학'이라 검색하면 대인관계에 적용하는 심리학 책들이 8할은 되지 않을까 싶다. 대인관계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에는 지극히 공감하지만, 정말 한심스러울 정도의 컨텐츠를 담고서 만원, 만 오천원씩 주고 사라며 떡하니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볼때면 가끔 기만하는건가 하는 느낌도 든다.


대인관계는 일종의 게임이론이다. 하나의 관계는 갈등과 협상의 관계가 되고, 무의식적 행동 단서나 심리학적 지식들을 상대보다 많이 아는 것은 정보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까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맵핵이고, 책 한권의 인풋으로 마치 치트키를 친 듯한 아웃풋을 얻어내려는 것.

하지만 역시나 책 한 권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정말로 그런 능력들을 책 한권으로 얻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제대로된 치트키다. 허나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책 한권으로 대약진을 이뤄낸 사람은 잘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이 '심리학'에 발만 걸치고서는 마케팅질로 아까운 종이를 낭비하는 이런 책들은.. 정말이지 책 읽고자 마음먹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펼쳐보게 되는 책이면서, 또 그 사람들이 다시 책을 놓게되는 계기가 되는 책들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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