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는 책

병렬독서는 즐거워

by 이홍


어릴 적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직렬독서를 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병렬독서를 하게 되었다. 아마 유튜브 겨울서점을 운영하시는 김겨울 작가님의 영상을 보고 그렇게 된 듯.

꼭 손에 잡은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갔는데, 그러다 보니 재미없는 책이 걸리면 꽤 고생했다. 그냥 덮어도 되는 걸 왜 끝까지 읽으려고 했을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재미없으면 슥 덮어버리고 안 쳐다본다.

병렬독서를 시작하고 난 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자꾸만 읽는 책이 늘어난다는 것 정도?


어쨌거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을 하나씩 소개해볼까 한다. 다 읽은 후 감상이 아니기 때문에, 각 책을 산 이유와 지금까지의 느낀 점을 쓰게 될 듯.



1. 자살의 연구 - 앨 앨버레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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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핫한 책. 초반 몇 페이지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대해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가끔 홍보가 올라오는 걸 봤는데 사야겠구나 생각만 들더라.

최근 생긴 습관 중 하나가 좋은 책을 보면 하나는 새걸로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밑줄 긋고 감상도 적으면서 읽는 것. 이 책은 당연하다는 듯 두 권을 샀다. 그리고 몇 페이지 읽지 않은 지금, 두 권을 산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책이 보이는 두께보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을 것 같고, 지하철 타고 이동하면서 읽기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물론 자기 전 침대에 앉아서 읽기도 좋을 것 같고.

항상 생각하지만 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기분이 좋다. 함께 읽고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계속 손이 가는 책.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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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안 읽은 책인가? 당연히 아니다.

나에겐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그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사게 되는 작가가 있다. 그 중 한 작가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인데, 예약판매 뜨자마자 샀다. 동네서점가서 동네서점에디션도 샀다. 초판은 양장본이었는데, 반양장을 보니 너무 예뻐서 또 사고 밑줄 그으며 읽을 용으로 또 샀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까 책꾸미기용 스티커가 포함된, 표지 다른 버전이 나왔길래 또 두 권 사고... 하여간 이 책은 정말 많이 샀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이유는 택배 받음과 동시에 다 읽어버리고 일부러 내용을 까먹게 외면하고 살다가 새로운 기분을 느끼려고 집은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도피하는 방법으로 택한 게 좋아하는 소설 재독이기 때문에.


직렬독서시절, 나는 언제나 소설만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독서하는 폭이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저것 읽어보겠다며 서점 여러 코너를 기웃거린 결과, 지금은 인문학만 고집해서 읽고 있다. 이 또한 독서편식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주제를 따라 읽다 보면 책의 내용이 무거워서 힘든 날이 많다. 그럴 때는 가벼운 책을 찾게 된다. 새로운 소설을 읽기엔 기운이 없고, 가만히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힘들어지는 날마다 이 책을 편다. 내용은 큰 틀만 기억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슴에 꼭 끌어안고 행복해 하던 생각만 하면서.








3. 우리 안의 우생학 : 적격과 부적격, 그 차별과 배제의 역사 - 김재형, 민병웅, 박지영, 소현숙, 이영아, 최은경, 현재환, 황지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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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글을 위해 공부하려고 산 책... 이라고 하기엔 내가 그냥 이런 주제의 책을 좋아한다. 게다가 출판사 돌베개. 바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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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지금은 다 읽은 책인 질병, 낙인 엔 한센병과 환자들에게 찍힌 낙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우생학에 관한 이야기가 당연히 나온다.

우생학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알고 있는 건 나치독일뿐이었다. 더 많은 것을 찾아보고자 이런 책, 저런 책을 찾다가 지금 읽고 있는 게 우리 안의 우생학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받아들인 우생학으로 시작되는 한국 우생학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러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기가 어렵다. 구성된 형식이나 문장의 뻑뻑함 같은 이유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어렵고 무겁기 때문에 읽다가 자주 버벅거린다.

그래도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는 책이다. 새로 쓰는 글을 위해서도 있지만, 우생학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읽고 있다.








4.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 불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학과 상상력 - 앨리슨 케이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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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나온 책이 좋다. 신간이 나오면 고개 빼고 구경하는 출판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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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사이보그가 되다 를 읽고 난 뒤다(이 책을 제발 읽어주세요 진짜로). 사계절 출판사도 정말 사랑하는데, 이 책이 정말 좋고 재미있다는 거다. 재미있으면 뭐... 얼마나 재미있겠어ㅎ 책은 원래 다 재미있는데ㅎ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가 지금 내 책장에 이 책이 몇 권이나 있는지...

이후로 이어지는 관심은 책꽂이 한칸을 다 채우고도 넘어버렸다. 장애와 장애학에 관한 책이 흘러넘친다. 아직 안 읽은 책도 많은데, 거기에서 골라낸 게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처음엔 읽다가 약간의 책읽기 쉬는시간이 와서 잘 읽히지 않았다. 글이 어려운 건 아닌데, 내가 책에 깊게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쉬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는 지금은 흔들의자에 앉으면 이 책 먼저 찾는다. 두껍고 무게도 있기 때문에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가 어려운데,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해지는 책. 내용과 별개로 이 책을 읽으면 집에서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두 권 산 거 같은데...


교보문고에 올라온 책소개를 그대로 써보자면, 장애가 사라진 미래는 '좋은' 미래인가? 그것은 당연한 가정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왜 당연한가? 로 시작해서 장애와 미래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 또한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재미있고, 다들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지금 병렬독서를 몇 권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 많다는 뜻.

고개만 돌리면 읽다 만 책들이 줄을 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씩 다 소개하다간 며칠 밤을 지새워도 모자를 걸. 그래서 다음에 또 시간 나면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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