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오히려 앞이 막히는 기분에 막막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마냥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럴 때는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소설을 이어가는 문장이 매끄러우면 매끄러운대로, 뻣뻣하고 딱딱하면 뻣뻣하고 딱딱한대로 부러움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소설을 쓰기 위해 오래 준비한 것도 아니고, 이제 막 고개를 들어본 주제에 사방이 배 아픈 것 천지다.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 신간 속에서 내가 쓴 책 하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막막한 일이다. 어릴 땐 해보자는 생각이라도 열심히 했지,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맞는 일인지, 세상에는 참 좋은 책이 많은데 굳이 내가 이렇게 노력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오는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없다. 그런 일은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묵혀둔 소설 하나를 꺼내서 만져본다. 되면 좋은 거고, 안 된다면 또 해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번 공모전에 준비하던 소설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일과 겹치면서 진도가 수월하게 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쓰면서도 아직 그 분야에 대한 공부가 적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조금 더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 어설프게 쓰고 싶지 않다.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참 불안이 많은 사람인데, 그것을 달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지금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불안한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정확히 시위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무언가를 하다가도 갑자기 찾아오는 묘한 기분을 이길 수가 없다.
올해 이월까지 내 꿈에는 무장군인이 나왔다. 그런데 무려 삼월 칠일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니 왜 저럴까진짜...
그나마 잘 참았는데 오늘은 뉴스 한 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사실 주어진 일도 다 때려치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자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십이월 삼일 이후로 나는 항상 불안했고, 힘들었고, 그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일을 미루기도 했다.
더 이상은 그렇게 살 수 없다. 나의 삶을 찾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위에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앉아서 좌절하는 대신 내가 해야할 일을 반드시 해내고, 두 눈 똑바로 뜬 채 지켜봐야 한다.
나는 한글로 쓰는 문장이 좋다.
언어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난 뒤, 천천히 한글이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크게 의미가 있는 말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언어가 한글이기 때문이겠지. 만약 다른 언어를 썼다면 그 다른 언어가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게 익숙한 언어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꿈꿔온 과정 중에 내란은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이 한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써내겠다는 오랜 꿈을 감히 밟을 수 없다.
그러니까 또 노력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 내가 불안을 달래는 방법은 나중에 천천히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