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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장수 Dec 23. 2018

크리스마스가 즐겁니?

But Merry Chirstmas ~~!

  

 거리는 블링블링한 크리스마스트리가 환하게 빛나고,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캐럴로 즐거움이 묻어난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면 기분이 즐겁다. 연인들은 아마 이런 상상을 할 것이다. 예쁜 레스토랑에서 조용한 캐럴송을 들으며,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신 뒤, 준비했던 선물을 교환하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면서 달콤한 시간을 가지는 상상을 할 것이다. 어린이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산타 할아버지가 빨간 등산 점퍼를 입고 살금살금 창문을 열고 들어와 베란다에 선물을 두고 가는 상상을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 착한 어린이 코스프레가 들키지 않게 노력하면서.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산 뒤, 침대 밑에 숨겨두고 아이들이 잠이 든 틈을 이용하여 베란다에 선물을 성공리에 두고, 아침에 눈을 비비며 깬 아이들이 선물을 보고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상상을 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모두의 상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먼저 연인들은 이 특별한 날 성의 없이 준비한 상대에게 큰 실망을 느끼기도 하고, 크게 다투기도 하며, 심지어 헤어지기도 한다. 모두들 이 특별한 날 외식을 하는 탓에 레스토랑에 왔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계획에 없던 평범한 식당으로 갈지도 모른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리액션이 생각보다 별로라 아버지들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이미 산타 할아버지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며 리액션을 해야 하는 피곤함을 겪을 수도 있다. 또 산타할아버지가 아버지인 것을 모른 척하기로 결심한 어린이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버지에게 다른 걸로 사달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는 이 날이 특별히 가슴을 후벼 파는 날이 된다. 연인이 없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최고급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며 사랑을 속삭이는 로맨틱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굉장한 소외감을 경험해야 한다. 수면제를 먹고 이틀 동안 푹 자겠다는 사람도 있다.  가족이 찾지 않는 독거노인들은 거리에 넘치는 사람들과 흥겨운 분위기에 더욱 짙은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는 이렇듯 모든 이에게 즐거운 날이 아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적어도 그렇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 다시 말해 사회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생계를 걱정하는 저소득층, 비주류를 위해 이 땅에 온 것이다. 본래의 크리스마스와 달리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사람들의 로맨틱한 판타지와 자본주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마음이 설렌다. 즐거운 캐럴송과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낭만적인 상상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싶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취하고 26일로 넘어가기 몇 시간 남지 않는 시점에서는 늘 약간의 아쉬움과 공허함이 남았다. 잠깐 동안 행복한 판타지를 경험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만나는 분들이게 애정 넘치는 눈빛으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면 따뜻한 마음이 서로에게 전달된다. 그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케빈이 옆 집에서 눈을 쓸던 공포스러운 아저씨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될 때 나의 마음이 뭉클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거나 전달하지 못하면 추운 겨울처럼 냉랭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관심과 애정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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