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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Feb 17. 2021

외식업과 싱어게인 가수 이승윤과의 관계 - 선택과 집중



문제로 시작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아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겁니다.

다음 용어의 뜻을 아십니까?


입덕, 덕질, 탈덕


저는 50대 중반의 아재입니다.

그런데 위 용어의 뜻을 압니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딸 덕분입니다.

'나이는 아재지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라고  우기려 다가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했다가 고개가 숙여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련한 용어가 엄청 많은데 거의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성덕, 덕밍아웃, 겜덕, 휴덕 등등


각각의 용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덕'은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의 우리 식 발음인 덕후를 줄인 말입니다.

오타쿠는 어떤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즉 마니아를 의미하는데요.

대부분 취미에 관련된 표현이지만 특정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최근 자주 들리는 팬덤(fandom)이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입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입덕은 한 연예인을 좋아하기 시작한 상태,

덕질은 광팬이 되어 연예인을 위해 여러가지 행동을 하는 상태,

탈덕은 좋아하기를 멈추고 떠나는 상태로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요즘 연예인 덕질에 빠져 있습니다.

대상은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입니다.

성향상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거나 하지는 않지만,

블로그에서 벌써 세 번째나 그의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창 덕질 중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라는 그의 아버지의 설교도 찾아 듣고, 형의 유튜브에도 방문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제대로 덕질을 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출처 ; 천재이승국 유튜브, 말씀을연주하라 유튜브 채널, JTBC 유튜브 캡처

이게 다가 아닙니다.

거의 매일 싱어게인에서 불렀던 그의 노래를 찾아 수십 번씩 듣는가 하면,

유튜브에서 그가 직접 만들어 부른 뮤직비디오를 찾아 듣기도 합니다.

(이승윤은 '알라리깡숑'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인디 가수입니다.)


그가 만든 곡들은 소위 말하는 '사랑 타령'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가사를 보면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깊은 성찰과 사고를 느끼게 되는데요.

누군가는 가수 이승윤을 '시인 혹은 철학자'라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노래 <구겨진 하루를>이라는 곡, 아니 시를 한 번 보시죠.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 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거짓말이 시들은 어스름에

쉬이 머물던 약속은 먼저 자릴 뜨네요

성에가 낀 창문에 불어넣은 입김은

생각보다도 금방 식어 버렸죠 그렇게

내 야위어 가는 마음은 어디에 심죠

내가 이어 붙인 눈물은

화창한 하늘 아래서 우리는

한참을 무엇을 기른 걸까요

온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눈도 길을 잃은 걸까요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손바닥에 새겨진 아픔까지 잡았던 손을

생각보다 금방 놓아 버렸어요

손장갑을 끼지 않아도 움켜쥘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네 야위어 가는 마음은 어디에 묻죠

네가 이어받은 눈물은

화창한 하늘 아래서 우리는

한참을 무엇을 기른 걸까요

온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눈도 길을 잃은 걸까요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 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그가 쓴 대부분의 가사가 이런 식입니다.

그렇게 이승윤을 찾아 헤매는 노마드가 되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곤 했는데요.

jtbc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러다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싱어게인에서 그가 부른 노래는 몇 번을 돌려 들어도 질리지 않는데,

유튜브에서 찾은 그의 이전 노래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 겁니다.

아마도 아재 세대가 이해하기에는 그의 음악이 낯설고 생경했기 때문이겠지요.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당분간은 그가 싱어게인에 나와서 불렀던 노래만 듣기로 말이지요.

그러다 보면 그의 다른 노래들도 익숙해질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입덕과 동시에 조금 덕질하다가 바로 탈덕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외식업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메뉴임에도 어느 고객은 싱겁다, 다른 고객은 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고객과 좀더 친근해지기 위해 농담을 건네는 경우에도

재미있어 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불쾌한 표정을 짓는 고객도 있습니다.

모든 고객을 동일하게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음식점 경영자에게 선택과 집중은 매장을 운영하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까요?

오늘은 세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첫째는 앞에서 말한 고객입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기 보다는 내 매장에 맞는 고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찾은 고객에 집중하는 거죠.

80 대 20 법칙이라는 파레토 법칙을 활용해도 좋겠습니다.

둘째는 마케팅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만 해도 다양한 마케팅 채널이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플러스 등등.

할 수만 있다면 다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이 모든 채널을 모두 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채널 하나를 골라 집중하는 전략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셋째는 메뉴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신메뉴에 대한 압박이 있습니다.

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메뉴만 늘리면 맛의 전문성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기존 메뉴를 다운사이징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선택되지 못하는 메뉴는 단호하게 버리라는 겁니다.


외식업은 생물입니다.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부패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강의할 때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중요한 게 많다는 건 중요한 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습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한 놈만 패’ 듯 집중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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