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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은 Nov 17. 2020

다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한다고?

경영자의 마인드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일 했던 생각이 있다.

'직장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매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할 때도 '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게 있기는 했다.

바로 식당이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 주변의 식당에 가보면 그리 맛이 있는 집이 아닌데

테이블에 꽤 많은 손님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힘겹게 찾아가 3~40분을 기다려 첫 술을 뜨는 순간 '속았다'고 느낄 때면

'식당 해서 돈 벌기 쉽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생각에 몇 군데 프랜차이즈 식당에 전화해서 창업 조건을 문의했던 적도 있다.


결국 나는 내 사업을 하지 못하고, 정말 우연히 외식업에 발을 담갔다.

아직 직장인이라는 뜻이다.

외식업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분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외식업에 몸을 담고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이 하는 일을 보니

'다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하지' 않은 것을 신에게 감사했다.

외식업 일이 겉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외식업, 즉 식당을 창업하려 한다면 몇 가지 각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식당을 하려면 잃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

먼저 주말을 잃는다. 직장생활을 하며 누렸던 주5일 워라밸의 삶은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어디 주말뿐인가? 공휴일이나 명절을 편히 쉬거나 일가친척과 함께 보내려는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또한 주변의 친구들이 사라진다. 주말에 쉬질 못하니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진다.

모일 때마다 연락하던 친구들은 '쟤는 늘 바쁜 애'라며, 연락을 끊기 시작한다.

본의 아니게 친구들 세계에서 왕따가 되는 것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새벽에 집을 나와 다시 새벽에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면 사랑하는 배우자나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에 회의감에 빠져 들기도 한다.



식당을 하려면 육체노동을 각오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12시간 이상을 서서 있어야 한다.

다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발뒤꿈치가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방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며 조리를 하다 보면 허리에 가해지는 통증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다.

신선한 식재를 사기 위해 새벽 시장을 다닐라치면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훈장처럼 남는다.


식당을 하려면 감정노동을 각오해야 한다.

매일 내가 제공하는 음식에 감사하는 고객만 식당을 찾지 않는다.

같은 메뉴임에도 짜다, 싱겁다를 외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작은 실수에 말도 안 되는 보상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을 만나기도 한다.

고객에게 당하는 감정노동은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시대에 직원은 상전, 아니 왕이 되어가고 있다.

급여만 받고 나오지 않는 직원, 근무 자세를 지적하면 욕을 하며 가버리는 직원,

휴식 시간 10분만 지나도 입이 나오고, 연장 수당을 달라는 직원을 보면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이런 직원들에게 4대 보험, 연월차 수당, 퇴직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는지

국가가 회초리처럼 근로기준법을 들이댄다.

여기에 건물주와의 계약(계약기간, 임차료 등)에 관한 상담을 할 때면

또 한 번 감정은 바닥으로 기어다닌다.


이 외에도 세금 문제, 각종 수수료(카드, 포스 등), 관공서와의 관계와 같은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들을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의욕적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찬물을 끼얹듯

의욕을 꺾는 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외식업 창업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식당을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할 것처럼 안이한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약간의 겁을 주며 한 것뿐이다.


외식업 창업이 힘들고, 고된 일만 있다면 식당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어야 하고,

같은 프랜차이즈를 몇 개씩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점주도 없어야 맞다.

내 주변에는 외식업을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자신의 일을 하며 얻는 성취감과 그에 따르는 물질적인 보상이 삶의 행복과 여유를 가져다 준 사람들이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외식업은 진입에 대한 장벽이 다른 사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 없이도 노력 여하에 따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외식업 성공의 비결은 경영자의 마인드다.

앞에서 말한 각오해야할 어려움들을 인식하고 그에 맞서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창업을 하는 점주들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많은 책을 읽고, 수백 편의 영상을 보며 식당으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들을 모았다.

좋은 교육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양질의 교육을 직접 받기도 했다.

그렇게 공부하고, 배운 것들을 점주들에게 다시 교육하고, 매장에 적용하도록 요청했다.


그 모든 내용들을 창업을 앞두거나, 매장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거나 '내가 하면 성공할 것'이라며 막연하게 뛰어 들었다가

사업뿐만 아니라, 가정과 인생에 큰 손실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은 '당신은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잖아? 뭘 안다고 가르치려 들어?'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지극히 '훈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훈수 두는 사람은 실제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힘겨운 식당 운영에 매몰되어 편협해진 시선과 귀를 열기만 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묘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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