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엑슨모빌
로비(Lobby)란?
'로비'란 압력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의회에서 입법의 촉진이나 저지를 하고 또한 거기에 소용되는 영향을 행사하는 원외 운동을 말한다. 청탁이 대표적인 로비 행위의 일종이다. 미국은 로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이고, 로비가 합법이며, 약 12,000명의 로비스트들이 등록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로비는 록펠러의 '셔먼 반독점법' 로비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기 전 록펠러 제국을 몰락시킨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에 대해서 잠시 짚고 넘어가겠다.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철저한 반독점 주의자였다. 당시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금융맨 J.P 모건이 미국 의회에 반독점법 반대에 대한 엄청난 로비를 진행한 탓에, 공화당은 그들의 심복인 윌리엄 매킨리를 대통령 후보로, 반독점 주의자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내보내고, 결국 승리한다. 루스벨트는 부통령에 당선된 지 6개월 후에 대통령에 취임되었는데, 매킨리가 한 아나키스트한테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록펠러는 남북전쟁 중 그의 동생 윌리엄과 함께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정유 회사를 창업한다. 스탠더드 오일은 최초의 현대식 형태를 갖춘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원래 주식회사는 주주들 또한 적자와 파산에 대한 연대 책임을 부담했던 반면, 스탠더드 오일은 최초로 주주들에게 적자, 파산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지 않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식회사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다.
또한 스탠더드 오일의 본사는 뉴욕에 있었기에 카네기, J.P 모건 등과 같은 거물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나갔다. 엄청난 돈과 인맥. 이 과정에서 록펠러는 성공적인 로비의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록펠러는 스탠더드 오일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입과 인맥을 이용해서 주요 은행들의 임원진들에게 스탠더드 오일 주식을 싼 값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다른 정유 회사들은 은행들에게 투자를 받지 못하게 막았다. 록펠러의 권모술수로 인해 결국 스탠더드 오일의 경쟁 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렸고, 1872년 스탠더드 오일은 3개월 만에 필라델피아, 뉴욕, 오하이오, 피츠버그 등의 27개의 정유업체들을 싹쓸이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클리블랜드 대학살'이다. 이 과정에서 협상(말이 협상이지 협박이다)을 거부한 경쟁 업체들은 결국 모두 파산하였다. 록펠러는 카르텔을 형성해서 시장 독점을 한 것이 아닌, 하나의 기업이 트러스트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트러스트라고 볼 수 있다.
록펠러는 경쟁 업체들에게만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라, 그의 눈에 거슬리는 하청 업체들 또한 살아남지 못했다. 원래 석유는 철도를 통해서 운송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 센트럴 철도회사와 나머지 철도 회사들은 담합하여 운송비를 40%가량 인상한다. 이에 격분한 록펠러는 석유를 철도를 통해서 운송하는 것이 아닌, 파이프관을 통해서 운송하는 시스템을 착안해낸다.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운송 파이프를 통해 석유를 조달하며, 록펠러와의 거래가 끊긴 철도 회사들은 모두 파산한다. 철도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1873년 미국의 대공황이 불어닥친다. 록펠러는 대공황 시기에 도산한 정유 업체들을 헐값에 사들이며, 그의 왕국을 더욱 견고히 건설한다.
석유 시장 점유율 90%를 가지는 록펠러의 트러스트가 기승을 부리자, 1890년 존 셔먼 상원의원은 '셔먼 반독점법' 법안을 상원에 통과시킨다. 하지만 록펠러의 로비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셔먼의 반독점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트러스트가 활황을 띄는 이 시기에,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 후, 루스벨트는 10년 동안 외면당했던 셔먼의 반독점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록펠러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루스벨트의 공격 아래에 결국 스탠더드 오일은 34개의 회사로 분할하게 된다. 그리고 34개 중 두 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엑슨-모빌과 쉐브론(스탠더드 오일 캘리포니아)이다. 엑슨-모빌은 엑슨(스탠더드 오일 뉴욕)과 모빌(스탠더드 오일 뉴저지)이 합병한 형태이다. 루스벨트의 칼인 '셔먼 반독점법'은 현재도 애플, MS, AMAZON과 같은 공룡 기업을 견고히 견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