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이었다. 이역만리 길을 홀로 떠날 생각에 몇 개월 동안은 떨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한때는 버킷리스트라고 떠들 정도로 파리에 가는 게 간절한 꿈이었다. 그곳을 왜 그렇게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파리에 대한 마음이 똑같은 걸 보면 여전히 파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은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어쩌면 아주 주기적으로. 오로지 나만 알고 세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아지트를 원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자유를 누리면서도 누군가 답을 정해줬으면 좋겠고 그렇지만 강요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적어도 파리를 다녀온 후에 나는 훨씬 더 늠름해졌다. 지금은 그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혼자 불어를 독학하고(아주 기초적인) 프랑스의 여러 도시를 검색하고 알아봤던 지난 시간들이 나에겐 첫 자유이자 모험이었다.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노부부를 만났다. 내 옆자리였고 그들은 파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셨다(어쩌면 기다린다는 마음도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기다린다는 의미가 새삼 고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삶은 기다리고 참고 묵힘의 연속이다. 다행히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가끔은 오래 묵힌 묵은지처럼. 그래서 겨울에 먹는 김치찌개 맛이 제일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봄에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가을이다. 어떤 도시의 냄새가 날 듯 말 듯 코끝이 찡하다. 바람이 이리저리 옮겨가며 갈 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