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택시를 타면 하루 중에 놓쳤던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낮에 보았던 사람과 도시의 변모가 낯설다.
어느 곳에 있던지 어둠의 형상이 나타나면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모든 기억은 겨울의 차가운 냉기처럼 곧잘 불행하고 품고 있으면 따듯하다. 봄의 햇살은 눈부시지만 겨울의 그 혹독함과 비교할 수 없다.
봄이 시작하면 여행하기 좋은 적기다. 내가 떠났던 여행은 코로나 이전의 오사카였고 나 역시 코로나 전에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 어떤 인연과 이별과 함께 떠났던 봄의 여행이었다.
비가 그친 뒤 나카노시마 공원을 걸었다. 그곳에 있는 장미 공원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 아이들과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를 바라보았다. 앳된 표정엔 고운 자태만 가득했던 5월의 오후 1시.
불현듯 삶은 봄과 같을까. 아니면 내가 바라는 사랑이 과연 맞을까(사랑을 해도 불행이 없진 않다) 하지만 불행이 크더라도 한 번도 사랑을 안 할 사람은 없다. 설령 그게 삶의 끝이라 할지라도.
순애보, 순정마초,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 어릴 적에 만화방을 하도 많이 가서 그림으로 사랑을 배웠다. 이제는 순애몽(純愛夢) 같은 소리를 하면 바보라고 놀림받고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의 수많은 말 중에 하나를 기억한다. ‘기억은 당신의 내면을 따뜻하게 해 준다. 하지만 또한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무엇을 선택하던 결과는 자기의 몫이다. 도망치면 그 순간은 편하겠지만 그건 낙오된 패배자에 불과하다. 두렵고 무섭더라도 마음속에 박힌 가시들을 제거해야만 마음의 병이 낫는다.
그것만이 자신을 위한 선택이자 책임이면서 삶의 방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