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불암 님을 좋아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골길을 걷다가 들꽃을 보시곤 꽃인데 냄새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들꽃이 우리네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냄새 없이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모습이 아버지와 같다고 하셨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거리는 온갖 꽃들로 화려해진다. 인생을 봄과 비유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꽃은 인간에게 많은 의미를 갖게 해 준다. 꽃 같은 인생, 낭만, 청춘… 시골에서 초록빛 논밭을 지나치면 늘 들꽃이 반겼고 그 끝에는 버스정류장 간판이 있었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과자 한 봉지에 웃고 떠들던 시간들이 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팬픽을 보고 서로에게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여유를 잃어버렸다.
“저, 책 좋아하시나요?” 한 번은 직장에서 알게 된 파트타이머 선생님이 자리에 있는 책을 보고 물었다. 이제 겨우 스물아홉 인 여자분이셨는데 그 말이 왠지 다정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달까.
그 친구는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작년에 앱 개발을 하다가 좌절을 했고 그래서 몇 개월을 죽은 듯이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힘들고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는 1년이 다 되어간다고 그랬었나. 아무튼 나는 반가웠다. 내가 글을 써서도 아니고 책을 좋아해서도 아니었다(어쩌면 글자를 찾고 읽는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요즘은 어딜 가도 최첨단이다. 힙하고 빠르게 유행이 휙 지나간다. 어제 유명했던 사람이 내일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되고 콘텐츠는 더욱더 자극적이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비평가도 아니지만 지금의 세상보다 느리게 가는 속도를 추구한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이 가요무대였다. 월요일 저녁이면 티브이를 보시면서 흥얼거리는 할머니의 노랫소리에 구닥다리 같은 노래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퍽 죄송하면서도 낭만이 넘쳤던 그때의 추억에 가끔 눈시울을 붉힌다.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은 낭만이기를 넋두리 같은 혼잣말을 한다. 9월이다. 떨어지는 낙엽에 스쳐도 별스럽지 않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