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항에서 멈췄던 문제를 3항에서 다시 꺼내는 것.
마음이 궁핍한 사람은 무엇으로도 자신을 채울 수 없고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인정과 존중까지 이어지는 문제다.
스스로가 자존감이 바닥이었을 때를 곰곰이 생각했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B가 답이 될 수도 있는데 A가 답이라고 박박 우겼다. 쓸데없는 고집과 아집으로 모든 관계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왜 나는(너는) 자비롭지 못하는가’ 이 문제를 끊임없이 떠올렸던 것 같다.
나는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니고 천주교도 아니다. 하지만 불공평한 인생은 없다고 믿는다(믿고 싶다) 해마다 마음속에 신을 모신다. 내게 주어진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신념을 가진다는 것. 최선보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낸다는 것.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 저녁은 저녁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하지만 아침, 아침을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각오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은 개운했다. 방안에 있는 찬 공기가 뇌리를 스친 듯하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했던 일들이 도리어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오늘.
아침은 맑고 잘 춥다. 평생 동안 꾸던 꿈에서 비로소 깨어나 잠시 웃는 얼굴* 나는 이 아침이 좋아서 외투를 입고 나갈 채비를 한다. 아직 달이 머물러 있는 가을이었다.
*김소연 시집, 촉진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