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돌아서지 않는다

by 이효진



죽은 사람에게 밥을 올리고 술을 올리는 일. 누군가의 흔적을 마음에서 꺼내는 일. 낙엽이 떨어진 가을밤에 때 이른 캐럴을 듣는 일.


“그 사람의 흔적이 없더라“


고모는 그게 참 이상하다고 하셨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죽은 사람의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을. 언젠가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대화를 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흔적 없이 지워질 수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서러운 느낌마저 든다.


간혹 외로운 기분이다. 내 주변에는 외로운 사람이 많다. 그들도 외롭고 나도 외롭다. 어렸을 때는 ‘외롭다’라는 말이 궁상맞은 것 같고 나약해 보일까 봐 스스로가 그 말을 금기시했다.


일찍부터 소중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결국 세상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점엔 유독 강한 확신을 했다. 무언가를 계속 부정하면 생각이 강박적으로 변하는 사람처럼.


“하쓰세의 산과 산의 언저리에 언제까지나 머무는 저 구름은 여동생의 달라진 모습이 아닐까.”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책에 있던 문구다. 외아들이었던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에게 생전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가인 가키노모토노 히토마로의 시가를 인용하여 쓴 감사 편지다(이제는 그도 세상을 떠났지만은)


창밖으로 보름달이 밝다. 달 뒤의 숨은 구름이 차라리 당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9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결국 미아가 되어 홀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올해도 두 번의 차례상을 준비하고 절을 올렸다. 사람이 죽으면 끝이라는 말을 믿지 않기로 한다.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우주인처럼,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앞으로 ‘잊는다’라는 말을 차마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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